여기는 어디지.
나... 죽은 걸까.
벌레 우는 소리. 쾌쾌한 냄새. 숲 속.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나무로 빽빽한 이 숲 속에
무얼 하려고 왔었는데.
무얼 하려고 왔었지...?
알 수 없었다.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숲 속에는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꽃밭이 있었다.
나는 가만히 꽃밭 앞에 서서 멀거니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을 보았다.
초라한 내가 싫어
괴로운 마음이 싫어
발길을 돌렸다.
발길을 돌려 숲으로 갔다.
그런데 왜지?
다시 그 꽃밭으로 되돌아왔다.
분명 반대로 걸었는데
몇 번이고 떠나도 몇 번이고 다시 꽃밭으로 돌아왔다.
지쳐버린 나는 꽃밭 앞에 주저앉아
그림자가 드리운 꽃들을 바라보았다.
꽃밭에서 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줄 알고 고개를 드니
입도 코도 눈도 없는 여자가 내 앞에 서서 나를 보며 웃었다.
얼굴이 없는데 나는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환영해요."
“당신을 기다렸어요.”
“나를 왜…”
그녀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녀에게서
이슬이 묻은 새벽녘의
나무향기가 났다.
한순간 그녀의 몸이
노란 꽃이 잔뜩 핀 한그루의 나무로 변했다.
그런데 다시 눈을 찡그렸다 떠보니 나무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몽롱했다.
나는 그녀를 따라 꽃밭으로 갔다.
촉촉한 꽃잎 사이사이로 맨 발이 기분 좋게 푹 푹 꺼졌다.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꽃 사이로 잠들었던 나비 떼가 날아올랐다.
햇빛을 받아 날개가
금색으로 빛나서
마치 금빛 바다가 일렁이듯
옥색 하늘이 온통
금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남몰래 탄식을 내뱉었다.
아. 참 꿈같이 아름다워라.
우리는 꽃밭 한가운데에 자란 나무로 갔다.
아까 여기에 나무가 있었던가?
방금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집 한 채만큼이나 거대한 나무였다.
생각해보면 이 숲의 나무들은 다 거대했다.
처음 보는 숲인데 처음이 아닌 것 같은 묘한 기분도 들었다.
나무 위에는 꼬부랑 글씨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처음보는 언어였다.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자 그 글씨들이 알아볼 수 있게 변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나는 그 글을 읽으려고 나무 가까이로 다가갔다.
나무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어 읽으려는데 등 뒤에서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빛을 찾아요. 그 빛을 보면 당신도 비로소 알게 될 거예요.”
뒤를 돌아보려하자 그녀는 내 등을 힘껏 밀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나무를 향해 고꾸라졌다.
눈을 질끈 감고 손을 올렸는데 나무에 부딪치지 않았다.
이상하다.
떨어진 기분도 없다.
눈을 떠보니 주변이 어둡다.
오래전부터 써오던 동화가 한 편 있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 동화를 보시며
잠시라도 마음을 쉬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면서
용기를 내어 올려봅니다.
어른이를 위한 동화
<사랑하는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