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도: 한 집안의 계통을 나타내기 위하여 가족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한것
상담에서는 가계도를 통해 상담실에 온 내담자의 부모, 형제, 성장 환경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와 영향 받은 부분과 정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내담자의 현재의 특성이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과거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될지에 대한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된다.
40대 가장인 한 남성이 있었다. 이 남성은 회사에 입사한 뒤 가족들을 부양하고 노후준비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그에게는 가족부양을 위한 생활비와 노후준비를 위한 저축이 무엇보다 우선순위였다. 그래서 회사생활을 하는 15년 동안 가족과의 여행을 다섯번,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은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왜 그런가를 물어보니 항상 돈이 부족한 것 같고, 여유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다 40대 중반이 된 어느 날 아내의 권유로 인해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가족 여행에는 다리가 불편하고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 어머니와 건강하시지만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 10대 딸, 40대인 아내가 동반하였다. 그 여행의 첫날은 늦은 체크인이었지만 저녁 고기파티로 즐거운 날을 보냈다. 물론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어머니의 당뇨에 대한 걱정으로 40대 아들과 80대 남편은 아내에게 먹지 말라는 말을 몇 번 했었다. 하지만 첫 날은 모두가 오랜만의 여유와 휴식에 만족했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이 가족의 습관은 시작되었다. 당뇨가 있는 어머니에게 아들의 말 폭격이 시작되었다. 그 전날의 당이 걱정 되었던지 그 날 아침부터 밥 다 먹지마라, 다 먹고 또 먹냐 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였다. 예전에 그 역할을 담당했던 남편은 아들이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자 남편 자신의 식사에 집중하였고, 아내와 아이는 자신의 아침을 평상시대로 즐겼다. 그렇게 아침식사는 마무리 되었고, 아내는 상을 치우고 짐을 정리하고, 남편은 자신이 그 자신이 의례해야할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자신의 몸만을 챙기고,
아이는 가끔씩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정리하고, 부모님들도 자신을 단장하며 체크 아웃을 했다.
체크 아웃 후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중에 또 다시 가족의 역동이 시작되었다. 어머님이 라면을 원 없이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말에 아들이 ‘제 정신이가?’ 라는 말도 또 한 번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당황하고 놀란 어머니는 원래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걸 보고 있던 며느리가 ‘남편. 말이 조금 심한 것 같습니다’ 라는 말만이 허공을 맴돌았다. 남편인 아버님은 가만히 있었고, 손녀는 조금 놀랐지만 엄마를 쳐다보는 것으로 그 상황을 마무리되었다.
그 후 좋은 경치를 보고 산책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아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신의 엄마에게 경치를 보라고 얘기를 했지만 어머니는 그저 차에 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 세 번째의 폭격이 있었다.
그만 먹으라고, 아직도 그러냐는 자신의 엄마를 향한 아들의 말공격...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하던 말 폭격, 그리고 그것을 욕하던 아들이 아버지 대신 어머니에게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남편에 이어 아들에게도 공격을 받고 있었다.
도대체 이 가족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이 남성은 어린시절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말 폭격을 하는 상황을 보고 자랐다. 그것을 싫어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남성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어머니 역시 남편이 자신을 대하던 방식이 없어지자 그것을 아들을 통해 하게 함으로써 가족 체계를 유지해가고 있었다. 즉 그렇게 싫어하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가족 역할에서 빠지게 되면서 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역할을 맡게 되고, 어머니는 아들을 통해 자신의 힘들었던 심리적 현실을 다시 재현하였고, 남편은 그 상황에 빠져 있었고, 아들인 남편은 부모의 가족 조작 놀이에 무의식적으로 가담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는 별개의 존재로서 그 상황을 보고 있다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였고,
이 때의 가족은 아버지-어머니-아들이 전부였고, 아내와 딸은 가족이 아니었다.
이렇듯 가족의 역동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어 가족들이 만날 때 마다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통해 그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 그래서 정신 차리라는 말이 있다.
이 때의 정신이라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나 그리고 현재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과 시선, 태도가 아닌 본디 내 마음과 시선, 태도로 내 앞의 사람에게 행동하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즉 아들은 아버지의 대신이 아닌 아들로서 어머니에 대해 걱정하고 배려하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말과 행동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했던 것처럼 어머니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안하무인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