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종 부부에 대한 단상
역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조선의 3대 왕인 태종과 원경왕후 민씨에 대해 토론자들이 함께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태종은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인물이었으나 후궁이 많았으며, 조강지처인 원경왕후는 조선의 건국을 위해 집안과 네 명의 동생들을 모두 남편과 조선을 위해 바친 여걸이였으나, 투기가 심하여 그것으로 인해 태종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역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DAUM 백과사전 참조)
태종은 조선의 제3대 왕(1401~18 재위)이며 이름은 방원(芳遠)이며,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과감한 결단으로 조선 왕조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개국 후 정적인 개국공신 정도전을 제거하고, 왕자의 난에서 승리하여 정권을 잡고 왕위에 올랐다. 개국 초 고려의 제도를 혁신해 새로운 제도를 세우고, 군사제도를 완전히 바꾸어 사병을 없애고 중앙의 권력을 강화했다.
태종의 아내이자 세종대왕의 어머니 원경왕후 민씨는 두 차례 왕자의 난에 집안을 동원하여 승리하게 함으로써 남편을 권좌에 올린 여걸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왕권국가를 추구하던 태종이 외척의 발호를 방지하기 위해 네 명의 동생을 죽이고 그로 인해 아버지까지 화병으로 죽는 등 친정이 멸문지화를 당하자 울분에 찬 말년을 보내야 했다.
이 두 사람은 조선 건국이라는 큰 일을 위해서는 의기투합한 환상의 커플이었으나 사적으로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부라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태종의 방원은 민제(閔霽)의 딸(원경왕후)과 혼인해 4남 4녀의 자녀를 두었으며, 이들 중 첫째 아들이 폐세자 된 양녕대군이고, 셋째 아들이 태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세종이다. 이 밖에 11명의 후궁에게서 8남 13녀를 두었기 때문이다.
역사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서 말한 후 태종을 이해한다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토론을 하였다. 결과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 그 시대의 왕에게 요구되었던 역할- 나라의 힘과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들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았는가 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이는 초기 건국 시기마다 필요했던 사회 구조적인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회 구조적인 부분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행동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그 사람의 하는 일 즉 그 사람이 이 시대, 이 시점에서 해주길 바라는 역할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매 왕조의 건국초기 때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정리하는 왕이 필요했고 또 있었는데 조선에서는 3대 왕인 태종이 그 역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역할이 이루어진 이후에야 비로소 그 왕조는 꽃피워지고 흥성하게 된다. 태종 이후의 세종 시대 또한 영조 이후의 정조 시대처럼 말이다.
역사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우리는 현세에서도 시대에서(또는 환경) 기대되는 역할을 선택할 것인가?
혹은 개인의 욕구를 선택할 것인가? 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항상 갈등을 가진다.
그러한 갈등을 가질 때 태종은 과감한 결단력과 과감한 개혁 그리고 권력과 힘을 선택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힘이 필요했던 시기의 원경왕후는 그러한 남편(시대적 역할)을 도왔다. 하지만 성취가 있은 이후 남편과 아내는 달라졌다. 남편은 예전과 같이 자신이 위태로운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더한 권력과 힘을 행사하였으나,
아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경왕후에게 있어 태종의 이런 행동은 남편으로서는 어땠을까?
자신과 힘을 합쳐 왕이 되었는데 자신의 동생들을 죽이고, 아내의 공로는 인정하지 않고 다른 여자들만 바라보는 남편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즉 어떻게 보면 태종은 왕으로서의 역할에는 충실했지만 남편으로서의 역할에는 소홀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태종 입장에서는 여결 같은 아내의 모습이 부담이 되고 편하지 만은 않고 아내뿐만 아니라 아내의 집안 자체가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러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역사 속의 태종과 원경왕후처럼 우리 부부네의 삶속에서도 변화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연애, 결혼, 출산, 육아, 사회의 변화. 생각의 변화, 부모님들의 사망, 자녀들의 출가, 부모님들의 사망 시기들을 통해 많은 변화의 순간들을 맞이한다. 그 때마다 태종처럼 자신의 모습을 고수하는 사람, 원경왕후처럼 다른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욕구를 빨리 알아채고 행동하는 사람, 그 기회를 놓쳐버리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모두가 원하는 것이 다르고 그것을 알아채는 시점도 다르고, 행동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첫째 우리는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 사람인지를 알고 그것에 따른 계획과 전략을 세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변화의 시기마다원래의 나 그리고 변화하는 나,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것들에 대해 상대에게 알려주고 상대의 말을 들으며 소통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은 나는 이러 이러한 사람이며, 이러한 것을 원하며, 이렇게 하길 원한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라고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셋째, 서로의 욕구에 대해 경청하고 함께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서로를 위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하고 그것에 대해 설명하고 상황에 맞게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빨리 변하는 시대일수록 위에서 제시한 상호 경청과 소통, 협력이 잘 되어야만 빨리 빨리 변화하는 사회과 공동체에 불편하지 않게 적응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함께 경청하고 표현하고 그 표현을 통해 소통하고 협력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상호 토론의 장이 사회 구조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시대가 변하고 역할이 변하더라고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전부가 건강하게 관계를 맺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시스템이자 가치관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