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결혼한 지 17년째 되는 부부였다. 남편은 자산관리사로서 가계의 경제와 부동산 관리를 하고 있었고, 아내는 심리상담사로서 가계 경제의 목표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아껴쓰며 남편을 써포트하고 육아를 담당하고 있었다. 타고난 기질은 남편은 목표지향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었고, 아내는 감성적이고 자신의 기준이 분명하고 깊고 좁은 사람이었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성향은 남편은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으며, 아내는 낭만적이고 인정욕구가 큰 사람이었다.
그들의 첫만남을 들어보니 아내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고 한다. 아내의 말로는 소개해준 친구가 남편과 비슷한 성향이며, 결혼 후 그 친구와는 손절했다고 한다. 손절한 이유는 아내가 출산 후 다시 일을 하고자 할 때 아내의 친구는 아내를 도와주기는커녕 아내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아내는 그 친구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하지만 도움의 요청은 차디찬 거부로 다가왔다. 남편도 그 친구와 비슷했다. 아내에게 기회를 주고 도와주기보다는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아내가 따라주기만을 바랬다. 그렇게 남편은 자신의 목표만을 향해 행동했으며, 다른 것은 그에게 모두 2순위였다. 아내와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은 남편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남편은 맞벌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밤낮으로 일을 했고, 이른 퇴근 시간이 밤 12시였을 정도이다. 그렇게 남편은 일을 했고 능력이 있어 대출이 있지만 작은 건물 두채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남편은 어느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 시간동안 남편은 폰에서 당근마켓을 하고, 뉴스 티비를 보고, 건물 청소와 관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남편에게 건물이란 삶의 목적이고, 삶의 활력이고 생명이고, 놀이터였다. 그는 가족이든 다른 사람이든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건물 관리를 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부동산 및 세상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이 24시간 바쁘지는 않게 되면서, 16년간 경제와 아이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던 그들이 같이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된다. 16년이란 시간 동안 그들은 함께하지 않았기에 어색함을 느끼고 무엇을 해야할지, 자신들이 어떻게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인지를 혼란스러워 한다.
그 때 그들은 지금껏 살아왔던 행동 패턴을 보인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으로 자신에게 할 수 있게 해주기를, 남편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그대로만을 하기를 원한다. 아내가 원하는 것는 아이와 남편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여행을 다니고, 음악회나 전시회에 다녀 와서 같이 토론하고, 함께 요리를 하고 여가를 즐기는 활동 등을 원한다. 남편은 집에서 밥을 먹고, 뉴스를 보며, 정치 얘기를 하기를 원하고, 건물 관리와 경제관리를 함께하기를 원한다. 그들의 욕구 또한 너무나 다르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그들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그들은 둘 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면서도 각자가 변하기 싫어하고, 상대를 맞처주기를 싫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아내가 남편이 원하는 것을 하기 싫어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남편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서 과거의 일들을 꺼내어 따지고 괴롭히는 감정 보복의 형태로 행동하고 있었고, 남편은 ‘지금 상황에 맞지 않다’ ‘어떻게 그걸 모를수가 있어?’ 라는 말들로 평가하고 비난한 뒤, 가만히 있으면 된다 라는 말로 아내의 욕구를 부정하고 좌절시킨 후, 거부하고 통제하여 회피하려는 말과 행동을 보였다.
아내는 감정 보복의 형태로, 남편은 거부와 통제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그들 사이에 있는 아이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결국은 아직은 학생이라 독립할 수 없는 상태인 아이만 힘겨워지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부의 아이는 혼란스러움과 힘겨움을 시간을 겪으면서 정체성 혼란에 빠져 폰게임을 많이 하고, 부모와의 갈등상태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부모의 행동 방식을 동일시하여 답습하고 있었다. 다행인건 아이가 똑똑하여 자신의 상황의 모습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는 있었다. 아이의 삶에서 아이가 헤쳐나갈 인생의 무게가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이 허망한 일이다.
이 부부는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기질과 성향, 자신과 상대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고, 서로의 기대에 대해 얘기하고 협상하고 조율하는 작업을 해야할 것이다. 그 행동들은 부부에게는 해보지 않은 패턴이라 두려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부부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또는 고통을 무릅쓰고 앞으로 전진하는 능력이다. 동시에 그들에게는 변화할 수 있는 것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판단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