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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ernez Dec 17. 2018

AFFINESSENCE

베이스 노트의 반란

이름조차 생소한 이 브랜드. 여행 중에 이런 보석 같은 아이를 찾으면 그날은 하루 종일 봄날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시내를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Olfattorio란 향수 가게. 아늑한 공간 안에 니치 향수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있다.


열심히 구경하며 시향하고 나니 이 브랜드의 향수가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왔다. 유니크함이라고는 1도 없는 보틀 디자인에 시향 하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들지 않았지만,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 귀가 번쩍 띄여버렸다. 


탑노트와 미들 노트를 과감하게 버리고, 베이스 노트에 집중한다?


물론 탑노트와 미들 노트가 아얘 포함되지 않은 게 아니다. 향료들을 정교하게 배합해서 베이스 노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적어도 시향 했을 땐 그렇게 느껴졌다. 


이렇게 유니크한 컨셉에 유니크한 보틀 디자인이 필요한가? 컨셉 자체로도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를 돋우는 브랜드인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브랜드에 관한 정보를 조금 더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정보가 정말 없다.


아무래도 신생 브랜드이면서 니치 브랜드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Fragrantica 같은 향수 정보 사이트에도 짤막한 소개뿐이다. 그것들을 기반으로 Affinessence라는 브랜드를 정리해 보았다.




 2015에 설립되어 현재 6종류의 향수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데, 헤드쿼터는 로고에 보이듯이 파리에 있다. 25년 동안 해오던 마케팅을 과감히 버리고 향수 브랜드를 만든 Sophie Bruneau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뚜렷한 착상을 가지고 시작했다. 일단, 보다 창의적인 조향을 지향하기 위해 조향사들에게 무한한 예산을 준다. 그 말인즉슨, 조향사에게 무조건적인 믿음과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조향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기하급수적으로 고가인 향료들이 자유자재로 쓰일 수 있다는 말은, 다시 해석하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가격이 부담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출처: Aus Liebe zum Duft®


또 하나의 특이점이 있다면, 향수의 고질적인 틀을 깨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대중적인 향수들은 탑노트, 미들 노트 그리고 베이스 노트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이 되어있다. 그중에 탑노트와 미들 노트가 중요한 이유는 첫 시향을 했을 때 소비자들이 그 자리에서 구매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ffinessence는 역으로 베이스 노트에 집중한다. 물론 그런 시도를 해보지 않은 브랜드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향을 해보면 그다지 베이스 노트가 느껴지지 않거나, 베이스 노트로 사용된 향료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향수들이 대부분이다.  


출처: Fragrantica

6개의 향수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Santal-Basmati. 개인적으로는 달달하고 프루티한 향을 선호하지만, 샌달우드의 부드러운 우디향과 바스마티 쌀의 아로마틱하면서 따듯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베이스 노트인 파촐리와 캐쉬미어를 너무 어둡지 않게 장식한 느낌이다. 사계절 내내 뿌려도 이질감이 없을것 같다.





하지만 가격은 이기적이게도 40만원대가 넘는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고가의 향료들을 포함하는 대가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그러나 니치 향수를 모으는 컬렉터라면 충분히 시도해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브랜드인건 확실하다. 


끝으로, 치열한 향수업계에서 이렇게 신선한 컨셉으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들이 조금더 많아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본다. 



editor.루시엔


출처: Instagram 계정 @viktoriya_terya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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