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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 Culture

대장·우량·테마·급등주(酒)가 눈길을 끄는 주식(酒食)

주식시장과 유사한 전통주 이야기

by 조인선

홈술·혼술 트렌드를 타고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소비자들이 술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가정에서 마시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 결과 전국의 다양한 전통주가 집집마다 술며들고(?) 있다.


사실 전통주는 2017년부터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다. 4년 전에 이미 허용됐던 것이지만 최근에서야 그러한 사실이 많이 알려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외·대면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온라인 전통주 구매가 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푸드 윈도, 카카오커머스, 11번가 등에 따르면 전통주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특히 막걸리는 전년 대비 324%나 급증했다.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20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지난해 주류 트렌드에 대해 ‘홈술’이라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67.9%는 홈술을 ‘본인이 선호하는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는 홈술이 매력적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판매·주문이 가능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


그동안 소비자들은 주점이나 마트에서 미리 구비하고 있는 술만 구매할 수 있었다. 즉 내가 원하는, 마시고 싶은 술을 선택할 수 없었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장수막걸리나 지평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등 대형 제조사들 중심의 구매하기 쉽고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술이 주류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문’이 쉽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프리미엄 전통주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취향의 변화에 맞춰 현재 전국에서 600여 양조장 운영 중이며, 2000여종이 넘는 다양한 전통주들이 출시되고 있다.


빠르고 편리해진 온라인 거래를 통해 변화·성장한 것은 전통주뿐만이 아니다. 국내 자본시장도 변했다. 큰손이 아닌 소액 투자를 하는 동학개미들은 더욱 영리해졌고, 그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춰 시장은 간편 투자 앱이나 기존 거래 프로그램을 간소화했다.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MZ세대 중심의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대거 투자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주식시장은 25조 거래규모를 자랑하며 급성장했다.


주식(酒食·술과 밥) 시장과 주식(株式·주식회사의 자본) 시장은 온라인 거래를 중심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MZ세대 중심의 다양한 개성과 특징을 가진 세대들이 이들 시장에 새롭게 유입됐고, 그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더욱 지켜봐야 한다.


주식(酒食)시장과 주식(株式)시장

전통주가 이끄는 주식(酒食) 시장은 자본주의의 핵심임 주식회사에 대한 투자·거래가 진행되는 주식(株式) 시장과 비슷하다. 시장을 이끄는 ‘대장’이 있으며, 급격한 성장은 불가능하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우량’도 존재한다. 예상 가능한 특별한 이유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테마’도 있으며, 갑자기 큰 성장을 보이는 ‘급등’도 두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질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군을 활용해 문화산업영역으로 확장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전통주 업계의 활약을 통해 ‘K컬쳐의 상한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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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酒 : 샴페인 막걸리의 원조 ‘복순도가 손막걸리’

울주군에 있는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박복순 여사님의 정성과 비법이 고스란히 담긴 프리미엄 막걸리다. 풍부한 탄산이 가득해 뚜껑 여닫기를 천천히 반복하다 보면 침전물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아름다운 형상과 병 안에 가득한 탄산이 빠져나오는 특유의 소리, 그리고 흔들지 않고도 저절로 섞이는 비주얼을 통해 막걸리계의 샴페인으로 등극했다. 현재까지도 많은 애주가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 막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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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酒 : 네이버 CF에도 등장한 성용씨의 막걸리 ‘나루 생 막걸리’

서울의 힙을 이끈 서울 성수동에서 점프수트를 입은 형님들이 운영하는 양조장으로 입소문을 탄 ‘한강주조’는 네이버 CF에 등장하며 전통주계의 ‘인싸’가 됐다. 한강주조는 서울에서 재배한 경복궁 쌀을 주재료로 무감미료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대표 상품인 ‘나루 생 막걸리’는 서울지역 특산주다. 3명으로 시작했던 자그마한 양조장은 현재 10여명의 양조인들이 모여 술을 빚는 양조회사로 성장했고, 최근 대한제분 곰표와 협업한 막걸리 ‘표문 막걸리’를 출시해 전통주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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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酒 : 다가오는 여름을 위한 술 ‘경성과하주’

경기 여주에 있는 ‘술아원’은 국내 대표적인 과하주 전문 양조장으로 다양한 종류의 과하주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경성과하주’로 경성, 현재의 서울을 중심으로 제조됐던 과하주의 일종이다. 과하주는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술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술이다. 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해 빚어, 술의 단맛을 유지하도록 만든 조선 시대 대표적인 명주다.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 만드는 포르투갈 포트와인(주정강화 와인)과 비견되지만, 포트와인보다 100년을 앞선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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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酒 : 다섯 번 내려 빚은 한정판 막걸리 ‘서울’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서울 양조장’의 크래프트 막걸리 ‘서울’은 김제 찹쌀과 보은 멥쌀이 주원료이며, 연구소에서 직접 개발한 ‘설화곡’이라는 쌀가루로 만든 누룩으로 만든 제품이다. 다섯 번에 걸쳐 빚는 오양주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상당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맛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크라운 캡을 사용해 술이 새거나 변질하는 것을 방지했다. 제조 기간이 긴 만큼 소량 생산, 2∼3달에 한 번씩만 판매가 가능해 판매와 동시에 완판이 되는 몸값 높은 전통주로 자리매김 중이다.


●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아쟁 전공.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주)모던한(Modern 韓)을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 송식자문위원이며 예술경영지원센터 편집위원과 한국관광공사 코리아 유니크베뉴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케이콘 2016 프랑스 전시 기획,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기념 공연 기획 등 다양한 한국 전통예술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있다. 2020년에는 전통주소믈리에 자격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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