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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 Culture

‘가잼비’를 더해 ‘공유’되는 전통문화

by 조인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대부분의 분야에서 ‘가격 대비 성능’을 추구하는 ‘가성비’ 소비를 중시했다. 비슷한 품질이라면 조금이라도 가격이 더 저렴한 것, 또는 같은 가격일 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소비를 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이를테면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마트 1+1세일 상품, 명품 브랜드와 비슷한 발색과 기능성을 가진 저렴한 국내 브랜드 화장품, 대량생산과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춘 SPA 브랜드 의류 등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이 상품 선택 기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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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과 순종효황후의 어차(御車)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방짜로 주물을 뜨고 전체적인 틀을 만든 뒤 옻칠을 해 제작한 클래식 3륜 자동차 게러지엠(Garage.M)



2018년 전후부터는 본격적으로 1990년대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20~30대 젊은층과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을 중시하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가격 대비 심리적인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인 ‘가심비(價心比)’ 트렌드가 퍼지기 시작했다.


‘소확행(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부터 출발한 가심비 소비는 ‘한 번 사는 소중한 인생을 만족감 높은 소비로 즐겁게 살자’는 현대인 취향이 반영돼있다. 예컨대 1만~2만원의 가성비 좋은 고깃집 대신 비싸더라도 10만원 이상의 근사한 코스 요리를 택하며 스스로 만족감과 행복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평소 사고 싶었던 명품 가방을 위해 월급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하거나 야근하고 귀가하는 길에는 기꺼이 피곤한 나를 위해 택시를 타는 것도 가심비 소비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에 들어서서는 MZ세대 중심의 가성비, 가심비와 또 다른 소비트렌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한 ‘가잼비’는 ‘가격 대비 재미’란 뜻으로, 가격에 상관없이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 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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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에 현대적 쓰임을 더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 ‘미미달’은 고려청자 문양으로 제작한 에어팟, 휴대폰 케이스


소비자들은 틱톡, 릴스 등과 같이 동영상 플랫폼이 유행하면서 소비 결과를 사진을 통해 인증했던 것과 달리 구매 과정을 동영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독창적이고 재미있게 촬영한 나만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가잼비’를 찾기 위해 독특한 상품을 구매한 뒤 제품을 자신 SNS 게시물로 올려 공유한다. 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은 곧 유행된다.


최근엔 전통에 재미를 더한 전통문화 상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 전통에 현대적 쓰임을 더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 ‘미미달’은 고려청자 문양으로 에어팟, 휴대폰 케이스 등을 제작했고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시 일주일 만에 약 1만개를 팔았다. 제품을 판매했던 국립중앙박물관과 온라인 굿즈샵은 서버가 마비되는 웃픈(?) 상황까지 생겼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순종과 순종효황후의 어차(御車)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방짜로 주물을 뜨고 전체적인 틀을 만든 뒤 옻칠을 해 제작한 클래식 3륜 자동차 ‘게러지엠(Garage.M)’도 스토리와 기능을 통해 가잼비를 극대화했다. 그릴 패턴에는 옛 창살문 디자인을 가미하고, 시트는 전통 자수 기법으로 단장해 날렵하고 한국적인 모습으로 개발한 것이다.


가잼비를 더해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이 더해져 ‘감상하는 전통’에서 ‘소통하는 전통’으로 진화하고 있는 한국 전통문화 변화에 MZ세대는 발 빠르게 ‘공유하기’와 ‘좋아요’로 화답하고 있다.

자국민에게마저도 주목받지 못하던 전통문화의 꺼져가던 불씨가 ‘가잼비’ 문화를 통해 힙하게 되살아나고, 세계인에게 한류를 알린 중요한 발판이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지만 재미 위주의 가벼운 해석과 과도한 상업화를 통해 전통문화의 정체성마저 해쳐서는 안 될 것이다.



●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아쟁 전공.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주)모던한(Modern 韓)을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 공식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예술경영지원센터 편집위원과 한국관광공사 코리아 유니크베뉴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케이콘 2016 프랑스 전시 기획,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기념 공연 기획 등 다양한 한국 전통예술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있다. 2020년에는 전통주소믈리에 자격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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