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고식

첫 책을 꺼내 놓고 안절부절

글이 꼬까옷을 입고 나타났다


2018년 5월 21일부터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의 예약 판매가 시작되었고, 오늘이 만 10일째다. 총판매된 수량은 나도 잘 모르지만, IT로 실시간 집계가 되는 세상에 살다 보니 판매량이 모두 잡히는 모양이다. 출판사에서는 더 많은 독자와 만나기를 바라시며 발을 동동 구르신다. 내가 어떻게 도와야 할까. 나는 다시 쓴다 해도 더 잘 쓰고, 더 잘 찍을 수 없을 만큼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첫 책의 원고를 마무리하고, A4로 된 교정본을 받아봤을 때는 눈은 반짝반짝 거리는 까까머리 아이가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3교를 보고 디자이너가 옷을 입혀 3교를 또 보았다. 나는 이 책이 에세이로 분류되어 내 감성이 조금 더 강조되길 바랬는데, 편집자는 인테리어 쪽으로 생각하셔서 그쪽의 원고와 사진을 더 보강했다. 어쩌면 내 감성을 좋아하는 독자는 소수라고 판단하셨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별 관심 없던 사람들도 책을 쓴다 했더니 관심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서 많이 구입해 주셨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아들 친구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고, 집집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유행가는 초등학생이 흥얼거리면 대박이 난다던데, 책도 초등학생이 좋아하면 대박이 날까?


다들 숫자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숫자만이 의미 있는 세상. 정신없는 숫자. 나는 문자가 더 좋다. 숫자는 문과생에겐 멀고도 가까운 텍스트. 책 옆에는 내가 싫어하는 숫자, 판매지수가 기록되기 시작했다. 어제는 '오늘의 책'으로 추천되어, 무려 YES24 메인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과 나란히 걸렸다. 생초보인데 너무 과분하다. 옆에 나란히 있는 책들은 판매지수가 몇 만 단위가 넘어간다. 이 책의 가능성을 이렇게 크게 봐주시다니, 감사하면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책으로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만 싶다.

2018년 5월 31일, 생초보 신입에게 과분한 자리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가능성을 봐 주셔서 감사해요.
광화문 교보에 누워 있는 내 책. 좋은 독자 만나길 바래. / 처음 만나본 내 책. 쓰다듬어 주었어요. / 처음이니까, 기념 사진도 한 장.

스스로 볶아 대는, 호된 작가 신고식


출판사는 무명작가의 글을 원고만 보고 계약 해, 완성되기를 기다려 주셨다. 그렇지만, 반응이 예상만 못 하면, 모두 맥 빠지는 일이다. 나도 함께 발을 동동 구른다. 내가 워너원이 아니어서 미안하고, 방탄소년단이 아니라 어쩜 좋지 싶다. 내가 출판사라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어려운 일에 기꺼이 나서 준 출판사가 고맙다. 아마도 우리 모두 엄마들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몸과 마음과 생각을 건강하게 만드는 콘텐츠에 꽂혔지 싶다.


이 와중에 각종 카페 활동이라도 열심히 할 걸 후회해 보지만, 천재적인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는 말한다. 빡빡한 시간표 때문에 사교적인 삶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그렇지만, 이렇게 할 때 창조적인 수준을 높이는 데 유리한 삶이 된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그랬다. 작가는 좋은 글로 보답하면 되는 거라고. 지금 이 모든 과정은 나를 한 더 키우는 과정일 거다. 스스로 볶아 대는 못 말리는 성격.


지난 주말 사이 교보문고에 배본되었고, 광화문 교보에 누워 있는 내 책들을 보니 안쓰러웠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좋은 독자 만나기를 바라. 하고 쓰다듬어 주며 기념사진 한 장 찍는 거였다. 책을 쓰고, 독자를 찾아가고,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팬덤쉽지 않은 일이구나. 내가 글을 쓸 때마다 뭔가를 할 때마다 나를 찾아 주는 독자들이 계시면 참 좋을 텐데... 근본 없는 나는 그게 제일 힘들다.


이제 책이 깔린 지 일주일도 되지 않는데, 판매량을 운운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세상의 속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새로운 업계의 사람과 언어를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삼아야겠다. 나야 처음이라 몰라서 용감했다 치고, 이 험난한 길을 기꺼이 가겠다 뛰어들어준 출판사가 희한하고 또 감사하다. 브런치 260만 뷰, 이런 새빨간 띠지를 좀 넣자고 해 볼걸 그랬나. 모르겠다. 감사한 분들께 책을 보내야겠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며,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좋은 글을 쓰는 것. 그게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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