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브런치 정식 서비스 론칭
세 번째 책의 탈고
이번 주 월요일, 세 번째 책을 탈고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묘사할 수가 없어요. 허물을 벗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그런 느낌일까요? 글을 통해 2019년 현재까지의 경험을 고이 접어 내려 두고, 몸만 빠져나온 느낌에 가깝습니다. 저는 다음 글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한 마리 애벌레가 되었습니다.
첫 책은 200자 원고지 622매, 두 번째 책은 399매, 세 번째 책은 779매입니다. 지난 세 권의 책이 모두 에세이입니다. 이번엔 첫 책 보다 약 30%가량 더 생산했고, 기간은 비슷하게 걸렸어요. 글을 망치 삼아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고, 망치질에 텐션이 생기는 느낌은 있지만 여전히 어렵고, 한 번 한 번의 망치질이 100%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책 쓰는 과정에서는 내 마음 안의 냉소와 회의를 물리 쳐야 합니다.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이 보잘것없는 글 솜씨!’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어떤 날은 손에 마비가 온 것처럼 한 글자도 나가지 않아요. 하지만, 또 어떤 날은 손가락이 탭댄스를 추는 것처럼 글이 신나게 써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매일매일 정해진 분량을 완성하는 훈련을 합니다.
지금까지 제 경험으로는, 글은 삶을 낱낱이 분해한 후, ‘주제’라는 설계도에 맞춰, ‘시간’이라는 접착제로 한 조각 한 조각 이어 붙여야 겨우 완성되는 블록 같습니다. 일상 속 어떤 순간을 붙들어 촘촘하게 해부하고, 나름대로 해석해야 겨우 쓸 거리가 생겨요. 여러 이야기들을 마름질해 겨우 한 편의 글이 완성되는 걸 보면, 날것의 일상은 씨줄과 날줄인 셈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아티스트 웨이』는 7번 읽었고, 2번의 워크숍을 했습니다. 그 외에,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작가 수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등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막다른 길에 도달한 느낌이 들 때, 제겐 등대의 불빛 같이 느껴진 책들입니다.
브런치에서의 글 쓰기
작가마다 작업하는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고 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 싶어 현재까지의 제 방식을 나눕니다. 저는 매일 아침 20분 동안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서 글을 씁니다. 한 마디로, 잠이 덜 깬 채로 뭔가를 씁니다. 2017년 6월 11일부터 매일입니다. 『아티스트 웨이』에서 매일매일 기록하면 작가라고 정의해 주셔서, 따라 해 봤어요.
잔상이 남는 일들은 다 기록합니다. 무의식이 전하는 감정을 의식이 읽으며 객관화해 줍니다. 어제 누군가가 던진 말이 계속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나쁘면 그것도 다 이릅니다. 그러면 현상이 명확하게 정의됩니다. 별것 아닌 일이 되기도 하고, 적음과 동시에 잊혀지기도 합니다. 『아티스트 웨이』에서 매일매일 기록한 지 일 년쯤 지나면 책이 한 권 나올 거라 쓰여 있었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일상 속에서 낚아 올린 생각은 브런치에 남깁니다. 2016년 12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업데이트했습니다. 어떤 글은 다시 들쳐보기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어떤 글은 나중에 읽어보면, ‘어, 내가 이런 글을 썼어?’ 싶을 만큼 만족스럽기도 합니다. 아직 그 편차가 큰 게,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예전의 글을 보다 요즘의 글이 조금 더 재미있게 읽히는 걸 보면 나아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브런치에서 쓰는 글은 웹 호흡에 맞게 짧게 정리하지만, 책으로 낼 때에는 모두 다시 썼습니다. 한 개 두 개 쓴 글들이 쌓이니, 물리적으로도 만족감이 생기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으로 묶어 내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덕분에 방송 출연도 하고, 강연의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가장 반가운 것은 책을 통해 생각이 비슷한 인연이 생기는 것입니다.
책을 쓸 때 저는 일단 분량이 충분해질 때까지는 무작정 그냥 씁니다. 하루 몇 단어, 목표를 정해 두고 쭉쭉 씁니다. 글의 분량이 반이 넘어가면 이미 쓴 글을 수정하며 후반부의 새 글을 씁니다. 그렇게 해도 앞의 글보다는 뒤쪽의 글이 더 마음에 듭니다. 쓰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수정은 3교를 보고 마감일 오전에 원고를 송고하려고 합니다.
브런치에 연재를 한다는 것은, 사람들 앞에 발가벗고 나서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요즘엔 여러 분야의 전문가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가 많아져, 그 어느 때보다 책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침 브런치도 정식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여러분의 경험도, 촘촘히 기록하셔서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기록이 함께 성장하는 사회의 초석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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