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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Dec 24. 2019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뭔가 더 하고 싶게 만드는 초록의 힘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시작은 미세먼지였다. 등줄기를 따라 폐 쪽이 뻐근하고 당기는 불쾌한 느낌. 막연하게 숲에 올라가면 나도 모르게 큰 숨을 쉬던 생각이 났다. 집에도 숲처럼 나무가 많으면 어떨까. 식물을 하나 둘 들여오며, 공기청정기가 덜 돌아가는 걸 체감했다. 가득한 식물 덕분에 외부 초미세먼지 수치의 10% 수준을 유지했다. 식물들은 내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었다. 내가 식물을 돌본다 생각했지만, 실은 식물이 나를 보듬는 거였다.


  건강을 위해 좋은 공기를 만들어 보려고 식물을 가까이했는데, 식물에게 배우는 것들이 있었다. 식물은 비교하지 않고, 자기답게 산다. 떡갈나무는 떡갈나무대로 위로 새 잎을 올리고, 스킨답서스는 스킨답서스대로 옆으로 타고 자란다. 어떤 환경에서든 어떻게든 적응하며 새 잎을 틔워낸다.


  식물의 사는 모습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모든 것은 굳은 의지로 극복해야 하는 줄 알았다. 즐거움도, 행복감도 뒤로 미뤄놓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꾹 참아야 하는 줄 알고 살았다. 의지로 하는 일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마음도 몸도 경직되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하는 일은 춤을 추듯 부드럽다.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걸까?


  식물을 돌보듯 내가 나를 보듬을 때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걸 느꼈다. ‘어, 화가 났구나. 그럼 잠깐 쉬자.’, ‘어, 지금 이건 화 날 만해. 그런데, 저 사람이 오늘 너무 아파서 그럴 수도 있잖아. 그럼 지금 내가 에너지가 조금 있으니까 내가 배려하자.’ 이런 식이다. 내 몸을 위해 하는 노력, 내 마음을 달래는 노력,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소중했다.


  식물이 전하는 몸과 마음과 생각의 건강, 소신 있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마침 생각정거장 출판사의 여인영 편집자께서 싱크로율 90%의 생각을 하고 계셨다. 편집자께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실컷 풀어놓을 수 있게 큰 멍석을 깔아 주셨다. 하는 이야기마다 재미있다고 부추기며, 내 안의 정령을 깨웠다.


  나는 신이 나서 봇짐장수처럼 식물, 환경, 지속가능성, 교육, 일, 디자인, 예술, 문화 등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몽땅 다 풀었다. 자그마치 200자 원고지 약 900매 정도의 분량이다. 이 영민한 편집자는 그 안에서 양질의 원고만 추리고 추려, 책에는 반쯤만 쓰셨다. 무라카미 하루키조차도 가능하면 편집자에게 맞추신다 했다. 이의 없다.


  세 권을 탈고 해 보니, 원고가 왜 원고인 줄 알겠다. 원석과 같이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원고는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며 보석으로 다시 태어난다. 편집자는 어떤 책을 만들지를 정하고, 디자이너는 그 기획을 보여 아름다운 ‘형태’로 만들어 준다. 마케터는 이 책이 필요한 타깃 고객을 찾아 그 앞에 펼쳐 놓는다.


  완성된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책을 받아보는 순간, 마치 정성껏 만든 아트 북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표지 디자인을 맡으신 디자인 팀장님은 이렇게, 저렇게 해 보시다가 초록 지붕을 가진 집에 일러스트를 얹고, 초록색 박 작업을 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딱 간이 맞는 기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왔을 때의 기분은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맞췄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표지와 본문 사이에 들어간 면지는 마치 프랑스 레이스 같은 종이를 넣어, 디테일을 살려 주셨다. 손으로 만졌을 때의 촉감이 마치 나뭇잎을 만지는 것처럼 서정적이다. 끝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더 좋은 결과물을 뽑아내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선택이다.


  본문 디자인은 애정이 담뿍 담겨 있었다. 어떻게 그게 느껴지는 걸까? 여쭤보니, 이 분은 식물을 좋아하는 분이라, 더욱 재미있게 작업하셨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뭔가 더 부드러운 분위기가 생긴다.


  삽화를 그려주신 @slowus 작가님은 본문과 잘 버무려진 삽화를 그려 주셨다. 그림만 돋보인다거나, 그렇다고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힘이 빠진 것도 아닌, 딱 균형을 잡아주셨다. 그림이 얼마나 따뜻하고 자유로운지, 책장을 덮었을 때 아쉬울 정도였다. 재미있는 영화가 한 달음에 끝나 아쉬운 것처럼, 순식간에 끝난 그림이 더 보고 싶었다. 역시, 작가님도 즐겁게 작업하셨다는 후문이다.

https://grafolio.naver.com/gustjs97088

  마케팅 팀은 이 책을 매일경제신문의 전면 광고로 노출시키며, 하실 수 있는 최선을 보여 주셨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100%의 아웃풋을 끌어내는 힘. 기분이 좋아서, 뭔가 더, 하고 싶게 하는 것. 나는 그걸 초록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이 책을 만날 독자분들께서도 뭔가 기분이 좋아지고, 뭔가 하고 싶어 지실 거라 믿는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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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 되는 에세이를 오늘 먼저 업데이트합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니까요!

행복한 연말연시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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