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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Jan 01. 2020

열세 살, 졸업식

새로운 시작

초등학교 졸업식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아들의 졸업에는 좀 더 감정이 이입되어 마치 내가 졸업을 하는 느낌이다. 중학생이 된다는 것. 이젠, 아들의 덩치가 내 몸보다 커지기 시작하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더불어 보호할 책임과 의무는 조금씩 줄어들어 드는 기분이다.


강당에서 진행된 졸업식에서는 150명 정도의 학생이 한 명, 한 명이 무대에 올라 졸업에 대한 총평을 하는 시간이 있다. 아이의 이름과 좌우명 같은 걸 화면에 띄워, 아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주로 부모님에 대한 감사,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 선생님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선생님, 사랑해요."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보지 못 한 말이다. 국민소득이 채 3,000불이 되지 않던 그 시절의 선생님은 멀고 어려웠는데, 국민소득 30,000불 시대의 사제 관계는 보다 인간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들의 순서가 되었다.


  아들은 무대 위에 올라,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영상에도 분명히 찍혔다. 녀석. 너도 알긴 아는구나. 그 강당에 함께 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서 내 마음이 바다와 같이 넓다고 아실 테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아들아. 바다에도 수시로 비바람이 몰아쳐, 평온함을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새로운 시작을 축하한다.


그런 의미로 정말 중요한 세 가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말 대신 글로 남길까 한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면 좋겠다.


  몸이 건강하려면 5대 영양소가 들어간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앞으로 적어도 70년 이상 함께 할 몸에 대한 예의이다. 사춘기는 몸과 마음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이다. 관절과 근육이 단단해지도록 몸을 일으켜 틈만 나면 운동을 하면 좋겠다.


  마음이 건강해지려면 책을 많이 읽어라. 책을 많이 읽으면 생각이 깊어진다. 책을 읽을 때는 관심 있는 주제의 책들을 다섯 권 이상 빌려라. 그 책들을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중복이 될 거다. 그러면 한 주제에 대한 개요를 알 수 있다.


  그중에서 네 머릿속에 가장 잘 들어오는 책의 저자와 출판사를 기억해라. 메모해 두면 더 좋다. 그 저자가 쓰시는 책들은 앞으로 네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지. 그분의 책을 찾아 읽는 게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그 책에 인용된 다른 책들을 찾아 따라 읽어나가면 한 분야에 대해 체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거야.


  마음에 우울감이 느껴질 땐 너만의 회복법을 준비해 두면 좋다. 예술이 마음을 채워 주는 훌륭한 치료법이 되어 줄 거다. 시간이 될 때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음악들을 모아 폴더에 정리해 두면 큰 도움이 된다. 신이 날 때 듣는 음악, 마음이 차분해지는 음악, 우울할 때 듣는 음악들을 너 나름대로 모아 두어라.


  기분을 몰캉하게 해 주는 것들은 따로 모아 두어라. 좋은 영감을 주는 영화, 그림, 사진들을 모아두면 네 정체성과 감수성을 찾아가는 지름길이 되어 줄 거다. 네가 어른이 되어도 나만의 처방전이 되어 줄 거다. 우린, 경험의 퇴적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열세 살, 졸업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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