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난 나의 부캐릭
오늘은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간다. 늘 입는 운동복에 같은 모자를 쓰고, 왼쪽 손목 위에 애플 워치만 두르고 첫걸음을 내딛는다. 날아갈 것 같다. 얼굴엔 저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왜 스마트폰을 갖고 오면 달리기 힘들까? 겨우 200그램인데. 허리에 묶을 때에도, 어깨에 두를 때에도 불편하다.
오늘 달리며, 내 몸을 관찰해 본다.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을 때, 상반신의 움직임이 확실히 더 부드럽다고 느낀다. 다리를 앞으로 내딛을 때, 나의 상체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직각으로 굽힌 팔을 앞뒤로 흔들며 균형을 잡는다. 어쩌면 상반신의 근육이 다리를 이끄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스마트폰을 메고 달릴 땐, 어깨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거르는 것. 가지고 있는 리소스를 활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Pc에 가끔 돌리는 씨씨 클리너가 일상 버전으로도 출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잠들기 전 먹거리 배달을 가능하게 해 주는 편리한 스마트폰은, 새벽 달리기 스타일에선 악성코드에 가까웠다.
신이 난 나는 어깨를 더 신나게 흔들며, 왕벚나무까지 한달음에 달린다. 평균 속도 6분 15초. 최고 기록이다. 여기서 500미터만 더 가면, 소나무가 있는데, 소나무한테도 인사하고 올까? 생각하는 순간, 왼발이 바닥에 끌린다. 발이 끌리는 것은 좋은 신호 같진 않다. 슬리퍼가 바닥에 끌려 넘어질 뻔했던 일이 생각난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만, 그래도 왕벚나무까지만 달리기로 한다. 절제의 미. 여기까지 왔을 때 심박수는 BPM 140이 넘는다. BPM140을 보니 떠오르는 게 있다.
요즘 챙겨보는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효리가 오랜만에 하는 프로그램이라 챙겨보는데, 이효리, 유재석, 비가 여름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각자의 부캐릭터를 정하고, 각자 작곡가와 미팅을 가지며, 곡을 고르는 중이다.
프로그램 중, 유재석의 부캐릭터 ‘유두래곤’이 작곡가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었다. 유두래곤은 작곡가가 BPM 130~140의 빠른 비트를 들려줄 때, 어깨가 들썩거리며 몸이 자동 반응한다. BPM은 ‘비트 퍼 미닛(beats per minute)의 약어로, 속도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속도가 클수록 빠른 박자를 의미한다. 그 BPM은 내가 1.5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 왕벚나무에 도착할 때의 심박수 정도이다.
심박수가 높아지면 신이 나는 거였어. 화가 김점선의 글이 떠오른다. ‘내가 태어나서 제일 많이 만난 바보의 종류가 바로 이런 류들이다. ‘먹어봤어?, ‘해봤어?’ 어찌 지식의 체득을 직접 체험에만 의존하는가?’ 나는 바보였어.
‘놀면 뭐하니?’에서는 각자 부캐릭터의 이름을 정한다. 유재석은 ‘유두래곤’, 이효리는 ‘린다 G’, 비는 ‘비룡’. 요즘 김신영의 부캐릭터 ‘김다비’의 주라 주라도 대단하다. 감이 살아있는 이효리의 말로는 요즘 부캐가 유행이라 한다.
어제 아티스트 웨이 워크숍에서도 각자의 부캐릭터를 명명하기로 했는데, 나는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샤론과 케이트는 내게 어쩐지 ‘M’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신이 난 내 머릿속에 갑자기 아바의 맘마미아가 떠오른다. BPM140의 심장이 쾅쾅 뛰는, 신이 나는 내 캐릭터의 이름을 ‘미아’라고 이름 붙이기로 했다. 이제부터 미아 정이라고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