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치악산 시민대학 강의에 다녀왔다.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치악산의 푸름이 부풀어 오르다 못해, 흘러내릴 것 같은 6월 한복판, 치악산 관리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진행된 2시간짜리 강연이었다.
코로나 19로 상반기 모든 강연이 취소 또는 연기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모이는 오프라인의 만남은 그만큼 가치 있는 경험이어야 하리라. 내 강의는 치악산 시민대학 과정의 마지막 강의였고, 약 서른 분의 시민 대학생과 함께 보낸 두 시간은 서로 얼굴이 발그레 해 질 정도로 큰 에너지가 오가는 시간이었다.
미세먼지 걱정 없는 에코 플랜테리어,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강연을 많이 다닌다. 식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특히 아이들이 오랜 시간 보내는 학교나 학원 같은 공간에 식물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청하시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 식물과 함께 하는 생활의 재미있고 유익함을 전한다.
실내에서 식물을 가득 키운다는 것은, 자연을 생활 속으로 들이는 것과 다름없다. 비록 화분에 담아 키우는 식물이라도, 그 속에서 물, 흙, 초록, 벌레, 미생물, 곰팡이 같은 걸 모두 만나볼 수 있고, 이 모든 게 '자연'의 범주에 속한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완벽함과는 대척점에 있다. '완벽하다'는 것은 어쩐지 모든 것을 제어한다는 의미가 느껴진다. 하지만, 자연은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의 우연함과 돌발성, 예를 들면, 갑자기 생기는 벌레, 식물병이 부담스러워 자연을 생활 속으로 들이기 꺼려하는 분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동식물은, 그저, 균형을 이루며 함께 살아간다. 저 물속엔 뭐가 살고 있을까 싶을 만큼 혼탁한 물속에도 버드나무는 자라, 잎이 빼곡하게 매달린 가지를 늘어 뜨리고, 초화류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자란다. 균형을 잡으며 살아갈 거라는 믿음으로 대하면, 또 별 것 아닐 수 있다. 벌레가 생기면 잡고, 병이 생기면 치료하면 된다.
오늘 아침 바라본 운중천엔, 능수버들이 바닥에 닿을 만큼 늘어졌다. 물살을 가르고 서 있는 바위엔, 반틈까지 타고 올라온 극성맞은 이끼가 보인다.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물 썩는 냄새도 살짝 풍긴다. 곧 장마가 오면 다 씻겨 내려가겠지. 유난히 반짝거리던 이끼가 다 그런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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