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여기 이렇게 큰 나무가 있었나?'
오늘은 평평한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려 본다. 고개를 들어 일자로 뻗은 나무의 꼭대기를 확인하니, 아파트 10층 높이 정도이다. 아파트의 한 층은 대략 3미터 정도로 계산하니, 이 나무의 높이는 30미터쯤 될 것이다. 아마도, 메타세쿼이아 나무 같다는 짐작을 하며, 명찰을 찾는다. 그렇지. '낙우송 과의 메타세쿼이아'라고 쓰여 있다. 맞췄을 때의 기쁨.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재미있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도드라져 보인다. 가지에 잎이 바득바득 하게 자라나, 빈 공간을 모두 메워 부피감이 느껴진다. 선으로 존재하던 나무가, 입체물로 보인다. 때가 되면, 싹도 트고, 잎도 자란다.
중학생이 된 아들이, 친구들에 비해 실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교육학 박사님들께서 책에서 기록하신 대로, 심심하게 키우도록 노력했다. 공부를 안 하니, 돈이 아까워 학원은 보내지 않았고, 하고 싶다는 것만 시켰다. 열심히 노력한 친구들에 비하면, 당연히, 실력이 모자랄 것이다. 그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라면, 빨간 불이 켜 진 거겠지.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아들에게 물었다. 일단 스스로 한 번 해 보겠다 한다. 그래 좋다. 그럼 무엇부터 해야 하면 되겠느냐, 아들에게 물었다. 말을 못 한다. 엄마가 도와줄까? 응. 그래, 그럼 일단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해 보자. 아들과 나는 노트를 펴고, 머리를 맞대며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했다.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집을 스스로 고르고, 책을 보며 분량을 정했다. 그래도, 마음을 먹었고 행동한다는 건, 지구 자전 방향을 반대로 돌리는 것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제가 그 첫날이었다. 발그레한 볼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네가 말한다.
"엄마, 이렇게 하니까 공부가 재밌어. 이럴 수도 있구나."
"이제라도 알게 된 게 어디야. 그래, 열심히 해 봐."
첫날은 쉽다. 삼일 동안 하는 것은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 아마 너도 마음먹은 것이 삼일 가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면 포기하지 말고, 다시 마음을 먹으면 좋겠다. 그렇게 90일이 지나면 습관이 되어 있을 테니, 90일만 결심을 하면 된다. 뇌 세포가 재 정렬하는 데 시간이 그쯤 걸린다. 내가 뭔가를 하기로 결정했으면, 나를 위해 그 정도는 해야지 않겠어.
공부를 아주 잘해서 1등을 하고, 명문대를 가는 아들도 물론 자랑스러울 테지만, 스스로를 알고, 노력하는 너 역시 자랑스러울 것이다.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아름다우니까.
아들은 늘 내 글을 찾아 읽는다, 오늘 굳이, 이렇게 기록하는 이유는, 너의 시작을 응원하기 위해서이다. 아들은 때때로, 엄마로서의 내가 냉정하고, 무관심하다 말한다. 너에게 온통 가는 관심을 돌리기 위해, 나 역시 온 힘을 주어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지나친 관심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고, 교수님들도, 너의 유치원 원장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네 인생은 너의 것이다. 나는 그저 도울뿐, 몸과 마음과 생각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너이다.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가, 그건 네가 정하는 것. 그저 나는, 네가, 때가 되면 메타세쿼이아 나무처럼 잎을 가득 채우고 들판에 우뚝 설거라 믿는다.
http://linktr.ee/jaekyung.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