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망설여 질 때

새들이 울어대는 소리에 잠이 깼다. 새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는 현악기 연주가 아니라, 한창 휘몰아치는 사물놀이로 들릴만큼 기운차다. 장마 전, 지금은 물이 살짝 마른나무들의 수액은 달큼할 것이다. 이 물을 마시고, 곤충들 역시 생명력이 차오른다. 녀석들, 배불리 먹어라. 새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여름일 것이다. 올겨울엔 춥지 않아, 벌레의 가짓수도 다양하고, 개체수도 많아졌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서려 하는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오늘은 바쁜 날인데, 나갈까 말까.


백기는 '우와~ 오늘은 아침부터 바쁜데, 가지 말자!' 하고, 청기는 '아니지, 그래도 풀내음이 맡고 싶지 않아? 그냥 가보자!' 한다.

잠시 망설이다, 비가 쏟아지면 그때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우산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은 일은 있어도, 빗속을 작정하고 뛰어 본 적은 없으니, 이 또한 새로운 경험 이리라.


휴직한 친구와 아들을 데리고, 한 주에 한 번 만나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낸 일이 있다.

"나, 엄청 관리해!"

"네가 먹을 거나 좀 신경 쓰지, 무슨 관리를 해!"

"나 매일 요가도 하는데?"

"그게 운동이 되냐?"

"요가는 운동이 아닌 거야?" 하며, 피지컬 한 몸 관리에 대해, 가감 없는 대화가 오고 갔었다.


군살 없는 날씬한 몸을 갖고 있는 친구는 설거지의 속도가 세 배는 빨랐다. 친구는 뭐든 빨랐고, 나는 느릿했다. 의문의 일 패. 그 생각이 내 무의식을 동동 떠다니다, 달리기를 촉발한 것은 아닐까.


인체는 스물다섯 살부터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게, 자연이다. 매일 달리기를 하더라도, 근력 운동을 하지 않으면 어깨를 들어 올리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속도가 늦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매일매일 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는 일은, 피아노를 조율하듯 섬세하다.


장마라고 한다. 장마철의 달리기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뜨거운 태양과 장맛비를 맞으며, 실컷 자란 풀들과 나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쳤던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http://linktr.ee/jaekyung.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