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의 아버지, 챨스 슐츠

장마가 시작된 오늘 아침, 공기는 비를 잔뜩 머금었다. 나무가 뿜는, 사람 몸에 이로운 물질들은 수용성이다. 이런 날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달리는 듯 상쾌하다. 이웃집 정원 경계목 에버그린의 향기가 지나가고, 소나무의 알싸한 향이 콧등을 넘어 폐를 채운다. 피톤치드를 가득 담은 나무 내음, 혼자 마시기 미안하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지나간다. 심박수가 혈액의 흐름을 빠르게 해, 뇌에도 혈류가 증가하니 조금 더 활발하게 동작하는 듯하다. 그 생각들을 잡아, 기록해 두어야지, 했던 게 '매일 아침 초록 생각'의 시작이다.


6월 6일부터 매일매일 쓰고 있으니, 오늘이 20일 째다. 무슨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지 않는다. 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그저 기록한다. 오늘은 스누피가 떠오른다. 샌프란시스코 날씨와 비슷해서 그런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챨스 슐츠 박물관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 포기하고 온 게, 또 아쉽다. 우버로 편도 200달러 정도라, 망설이다 포기했는데, 역시 그냥 갔어야 했다. 이렇게 두고두고 후회할 줄이야...


챨스 슐츠는 스누피의 아버지다. 그저, 만화가인가 보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리추얼> 속에서 '50여 년 동안, 1만 7897편의 '피너츠' 만화를 조수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그렸다'는 문장을 만나고, 그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심지어, 챨스 슐츠는, 매일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4시에 데려오면서 만화를 그렸다. 그 날 들 중에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아프거나 하는 피치 못 한 날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그는 무려 한 달 분의 원고를 미리 그려 두었다. 대장암으로 2000년 2월 12일 사망했고, 그의 마지막 원고는 2000년 2월 13일 연재되었다. 암 투병 중에도,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도 원고를 그린 것이다. 50여 년 동안 한 번도 펑크 없이 연재를 한 그의 삶이 숭고하다.


50여 년, 그가 '혼자' 남긴 창작물이 챨스 슐츠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한 사람의 창작물로 박물관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이라니. 박물관에서 실물로 보고 싶었다. 창작물 실물을 보며 오감을 통해 얻는 정보는 세포에 새겨지는 듯하다. '실물'에는 영혼이 어린 걸까. 코로나 시대엔 그 영혼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에잇, 모르겠다.


나는 달리며 또 생각한다. 늘 용기를 주는 책, <아티스트 웨이>의 문장이 떠오른다. "위대한 창조주여, 얼마나 많이 할지는 제가 맡겠으니, 얼마나 잘할지는 당신이 맡으소서." 나는 그저, 많이 생산해야지.


찰스 슐츠 박물관 : https://schulzmuseum.org/

정재경의 초록생활 : http://linktr.ee/jaekyung.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