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배움의 발견>이라는 책을 읽었다.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던 타라 웨스트 오버가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 여정을 그리고 있다. 너무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 극적인 캐릭터로 가득한 픽션 같았다.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뒤틀렸다. 늘 같은 시간에 잠이 들고,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정해진 시간과 에너지를 배분하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이런 실수가 있나... 늘 일어나는 시간에 눈을 뜨긴 했지만, 몸이 피로하다.
조금 더 잘까, 일어날까. 노란 켄우드 주전자의 손잡이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눌러 물을 끓이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그새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하와이 산 냉동건조 코나 커피를 뜯어, 파리 시티컵에 붓는다. 이 커피는 산미가 전혀 없어, 포근하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나서, 나는 또 고민에 빠진다. 나갈까, 말까. 일단 운동복을 챙겨 입고 나선다. 발걸음을 떼, 달려본다. 무겁다. 오늘은 그냥 걷자고 생각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무리하지 말자. 무리하지 않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걸으니 시야가 넓어진다. 가지가 바닥에 닿을 듯한 능수버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늘고 긴 잎이 레이스처럼 늘어진다. 버드나무 잎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꽃꽂이 재료로 사용하는 유칼립투스 못지않다. 그래서, 모네의 수련에서 능수버들이 같이 보이는 걸까.
나도 버드나무를 좋아한다.
신구대 식물원에서 가드너 과정을 배웠다. 아담한 식물원이지만, 바지런히 관리되어, 철마다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흐르는 시냇가를 따라 삼색 버들을 심어 두었는데, 가지 끝의 핑크빛이 눈에 들어왔다. 가지 끝으로 갈수록 진한 핑크빛.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한 방울 탄 핑크빛으로 물든 정원을 상상하며, 얼른 집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빛의 양과 물의 양이 맞지 않았는지, 우리 집 마당에서는 삼색 버드나무의 핑크색이 영 도드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작년엔 삼색 버드나무가 녹색 버드나무였다.
올핸 버드나무를 공처럼 동그랗고 귀엽게 키울 셈으로, 물을 자주 주고, 가지를 쳐 주었다. 작고 가녀린 가지야 정리해 미련 없이 버렸지만, 지름이 3밀리미터 정도 되는 가지는 왠지 버리기 미안해, 마당 한 구석에 푹 찔러 두었다.
잡초를 뽑다 보니, 정원 구석에 시든 잎이 보인다. 시든 잎, 노란 잎에는 병해충이 있을 수 있으니, 보이는 대로 정리해 주는 편이 좋다. 잡아 뜯으려 보니, 새 잎이 나는 게 보인다. 이게 뭐지? 뿌리를 내려, 자라기 시작한 삼색 버드 나뭇가지였다.
어디서 싹이 날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저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푹푹 꽂아 둘 뿐이다. 정원에서도, 일상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