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
어젠, 소울푸드가 필요한 날이었다. 진한 육수에, 토마토소스를 붓고, 감자와 당근, 쇠고기를 뭉텅뭉텅 썰어 넣은 다음, 월계수 잎과 샐러리를 더해 오래 끓인 새콤달콤한 스튜 생각이 났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갓 구운 통밀빵을 곁들여, 소스까지 남김없이 씻어 먹으면 나아질 듯했다.
“아들, 오늘 엄마 소울푸드가 필요한 날인데.”
“엄마, 그것만은 제발. 나는 김치수제비는 정말 싫어.”
앗. 나의 또 다른 소울푸드, 김치수제비가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내 마음은 금세 뒤짚힌다. 김치수제비도 충분하다.
“같이 가 줘라.”
“그것만은 제발. 정말 싫어. 엄마 혼자 먹고 오면 안 되나.”
“그럼, 저녁 먹고 와서 니 저녁을 또 하란 말이야?”
“아니, 그럼 나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엄마 혼자 먹고 와.”
“그래. 알았어.”
나는 야멸차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 김치수제비를 먹으러 간다.
우리 동네 김치수제비는 진한 멸치 육수에, 익은 김치를 충분히 썰어 넣고 끓여, 매콤 새콤하고 맛이 깊다. 수제비는 1인분 씩 소분해 냉장실에서 휴지 시킨 후,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반죽을 떠, 후루룩 끓인다. 집에서 끓일 땐, 국물 맛은 비슷하게 흉내를 내도, 수제비의 탄력 있는 식감을 따라 하긴 힘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갖고 간 책을 읽는다. 귓가에 “김치칼국수 하나 주세요.”하는 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반죽을 한 개 한 개 떠먹는, 수제비 고유의 맛도 괜찮은데. 칼국수 면발을 후루룩 입에 말아 넣는 소리도 들린다.
김이 폴폴 솟아오르는 김치 수제비.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마시며, 기분이 벌써 나아진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눈에 고이던 눈물이 콧등으로 솟는 건 아닐까 싶다. 혹시 소울푸드란,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먹는 음식일까.
어금니 사이에 씹히는 보들 쫄깃한 밀가루 반죽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고, 뱃속이 뜨거운 국물로 가득 차니, 마치 급유한 비행기처럼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제야 아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들은 그 사이 냉동 볶음밥을 데워 먹었다. 엄마는 매번 칼국수도, 수제비도 직접 다 반죽해서 해 주셨었는데, 나는 내 아들에겐 그렇게 해 줄 수가 없다. 왠지 미안해, 오늘 아침엔, 양파, 당근, 감자, 베이컨을 채 썰어 볶아 달걀물을 부어 익힌, 오믈렛으로 아침을 먹여 보냈다. 아들에겐 오믈렛이 소울푸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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