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집에 이상한 물체가 배달되어 왔다. 남편이 운동을 하겠다며, ‘로잉머신’을 구입했다.
가로 2미터가 넘고, 폭이 60센티 정도 되는 커다란 덩치의 그 기계는, 반갑지 않았다. 반 평도 넘는 바닥 면적을 차지하니 발에 차이고, 눈에 채일 것이다. 굳은 내 얼굴을 보았을까. 남편은 사용하지 않을 땐, 세워 보관할 수 있다고 에둘렀다.
풀어 설치한 모습을 보니, 오크 나무로 만들어진 몸통이 매끈하고, 정직했다. 우주선처럼 생긴 원반에 물을 채워 운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럼 운동할 땐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서정적인 운동 기계였다. 금세 마음이 풀렸다.
문제는 남편이 그 머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거다.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던 그 물체에, 나는 퇴거 명령을 내렸다. 남편은 어깨가 아파 못 하는 거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실제로 남편은 병원을 다니며 고생을 좀 하는 거 같았고,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가까워지고, 기계 위엔 세탁기에서 나온 빨래들이 덮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물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영화를 보며, 빨래가 덮여 있던 기계에 올라 노를 저었다. 2월 어느 날부터니까, 벌써 꽤 되었다. 매일 아침 운동하는 남편은, 남자로 보였다.
나는 새하얀 운동화를 신고, 새하얀 티셔츠를 입고, 운중천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남편은 로잉 운동이 좋다며 나에게 권했지만, 나는 같은 동작을, 같은 자리에서 되풀이하는 운동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운중천에서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매일 모습이 다른 나무들 속에서 재미를 느꼈다.
이상적인 운동은 하루 두 시간 정도는 해야 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며 하루 두 시간을 비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엄마, 대표, 작가, 디자이너의 역할을 오가는 삶 속에서, 스트레칭을 위한 20분은 아들의 아침 준비를 위한 20분으로 대체되고, 전화 통화를 위한 20분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편이 낫다.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나가는 것이다. 모든 일에, 모든 순간에 완벽하다는 것은 신의 경지이다. 그저 완벽에 가깝도록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인간의 몫이 아닐까. 너무 완벽하려는,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버리자.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있지 않나.
오늘 아침엔 왕벚나무 잎사귀 뒤 숨은 애벌레가 들어온다. 지난번에 비바람 사이로 꿈틀대며 올라가던 그 애벌레인가. 미동도 하지 않고 구부러진 저 녀석이,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자기의 삶을 살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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