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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30분에 집에서 나오며, 라디오 107.7 Mhz를 켰다. 차가 좀 막히나.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숫자는 7시 24분을 가리키고 있다. 약속시간에 늦을지도 모르겠다. 집중해서 최대치를 내야 해. 마음이 급해진다.

어느새 라디오에서는 김영철의 파워 FM이 흘러나온다. '카피카피룸룸 카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 아, 그런 주문이 있었지.

'카피카피룸룸’은 우리나라에 1985년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모래요정 바람돌이’ 속 주문이다. ‘카피카피룸룸 카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 외치며 소원을 말하면, 짧달막하고 배 나온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때의 통쾌함이란! 원작은 영국 동화작가 에디스 네스빗이 1902년 발표한 소설이다.

카피카피룸룸에 반응하다니. 동갑내기의 세대 공감인가. 개그맨 김영철 씨는 비호감이라 묘사될 때가 종종 있지만, 나는 그의 책 <일단, 시작해>를 읽고,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에서, 사람 김영철이 좋아졌다. 그런데, 더 좋아지는 사건이 있었으니, 몇 달 전, 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내 첫 책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속 문장을 낭송해 준 것.

김영철의 파워 FM이 선택한 문장은, ‘저는 '빨리빨리'라는 말을 지우고, ‘침착하게 침착하게'를 되새기며 일을 하려고 노력해요. 이렇게 되새기며 업무를 처리하면 훨씬 많은 양의 업무를 해낼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훨씬 더 자유로워지고요.’이다. 아침부터 바쁜 마음을, 침착하게 침착하게를 되뇌며, 빨라지는 심박수를 가라 앉힌다.

오늘은 친한 언니네 공간 리모델링을 시작하는 날이다. 첫날이 가장 중요하다. 철거를 잘해야, 다음 공정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작업 범위는 크지 않아도, 이사, 철거, 타일, 마루, 가구, 필름, 전기 공사, 입주 청소 모든 공정이 들어가고, 작업 공간과 스케줄이 매우 타이트한, 여러 가지 도전이 도사리고 있는 현장이다. 아무리 계획을 해도, 현장에서는 늘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절대로 늦고 싶지 않다.

역시 2킬로미터만 달렸어야 했다. 집에서부터 600미터 지점에 이르면 바닥까지 머리카락을 드리운 능수버들이 있다. 물가에서 풍성하게 자란 나뭇잎은 레게머리처럼 탄력 있게 흔들린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잎을 오른 손바닥에 가득 담아 쥐어 본다.

거기서 다시 돌아왔어야 했는데...... 왕벚나무가 보고 싶어 더 달렸다. 2.3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소나무까지 달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뒤돌아 뛰었다. 3.3킬로미터였다. 귓가에 부는 바람이 내 고민을 싣고 날아간다.

많이 생각하고 결정한 거잖아. 많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그렇게 결정했잖아. 그럼 경험으로 쌓인 직관을 믿자. 내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이유가 있는 거야. 그럼, 그대로 하면 되잖아. 침착하게 하면 되지. 카피카피룸룸 카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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