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팅에서 만났던 분은 몸이 그리는 움직임이 백조와 같고, H라인 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여성분이셨다. 발목부터 무릎까지의 라인이 길고 매끈해, 뒷모습까지도 코스모스처럼 아름다운 분. 뒤태가 낯익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기억이 표주박처럼 동동 떠오른다. 아, 엄마의 뒷모습이구나.
내 나이의 엄마는 벌써 대학 졸업생의 학부모였다. 엄마도 무릎까지 오는 긴 스커트를 자주 입으셨다. 근육이 별로 없는 매끈한 종아리를 가진 엄마는, 계단을 내려오다 발목을 삐끗해 복숭아뼈에 금이 갔었다. 그래서 엄마는 발목에 석고 보호대를 하고, 내 대학 졸업식에 겨우겨우 참석하셨다.
매끈하고 아름다운 종아리와, 울퉁불퉁 알통이 박힌 근육질 다리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떨까. 나는 내가 원하는 곳 어디든 뛰어갈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좋다. 다섯 시 사십 분에 달려 나가며, 생각한다. 능수버들을 이 가지를 잡고, 저 가지를 잡으며 인사를 나눈다.
조금 더 달려 나가자, 나이키 러닝 앱은 "1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하고 알려 준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거꾸로 돌아 다시 뛴다. 어젠, 마음껏 달렸다 약속 시간에 늦을까 조마조마했다. 오늘은 여유 있게 준비해야지 생각한다. 멈추는 것도 어려운 기술이라 생각하면서, 2킬로미터를 7킬로미터의 시속으로 달렸다.
몸과 생각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 때, 자유롭다고 느낀다.
<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라는 책에서 노준용 교수는 할리우드에서 일한 경험을 풀어놓는다. 저자는 프로그램 개발자로 회의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아티스트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을까?’ 싶은데, 그들은 키보드 위로 손가락 춤을 추며, 금세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고. 그뿐 아니다. 여러 개의 프로그램들을 자유롭게 오가며 원하는 대로 창작한다고.
내가 하고 싶을 때,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자유로움. 그렇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익히는 지식의 축적과 함께, 눈과 손의 협응력을 기르는 훈련 또한 필요할 것이다. 머리로 알고 있어도 손이 반응하지 않거나, 손이 재빨리 움직여도 내용을 모르면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없지 않나.
어제는 3킬로미터를 달렸으니, 오늘은 꼭 3.5킬로미터를 달려야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 멈추는 걸 못 했으니, 오늘은 멈추기에 도전해 본다. 컨디션을 조절하는 절제를 익히게 되지 않았나.
귀찮은 마음을 물리치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문을 나서는 것. 그 역시 작은 도전이다. 마라톤 선수만큼 잘 달리지 못할지라도, 어쨌든 시작한 나에게 칭찬이 필요하다. 용기를 냈음에, 시도했음에. 여하튼 지식을 쌓고, 훈련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린,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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