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잠을 잘 자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라는 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나의 경우엔, 정신노동에 육체노동이 더해지고, 몸이 피곤할 정도로 에너지를 남김없이 연소해야 잠을 푹 자게 된다.
자기 전, 칼슘과 아연이 첨가된 마그네슘 세 정을 먹고, 오렌지 색 귀마개로 귓구멍에 밀어 넣고, 향기작가 한서형의 그린그린 향을 두 방울 떨어뜨린 다음, 가능한 졸린 책을 들고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눈이 말똥말똥할 땐 침대 위에 누워 나비 모양의 작은 안마기를 켠다 그 위에 종아리를 올리고 마사지볼이 그리는 원을 따라 뭉친 근육이 시원해지는 걸 느낀다. 허벅지를 올려 둘 때쯤 되면 기억이 꺼진다.
남쪽으로 열린 창을 오른편에 두고, 발끝 쪽으로 동이 트는 걸 바라보게 된다. 요즘 같은 계절엔 커튼을 열고 잠이 든다. 동이 틀 때쯤 눈이 같이 떠진다. 오늘도 개운하게 일어났다. 새들이 짹짹 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글을 쓰고, 알파 리포산 600밀리그램을 먹는다. 요즘 좌뇌를 많이 썼나 봐. 19분~20분 걸리는 모닝 페이지 속도가 22분~23분으로 늘어났다.
양말, 러닝 쇼츠, 러닝 브라, 티셔츠를 순서대로 챙겨 입고, 애플 워치와 아이폰을 팔뚝에 매고 모자를 눌러쓴다. 창밖의 하늘에 시선이 떨어진다. 물감을 그대로 바른 듯 채도 높은 파란색에 새하얀 구름이 떠 있다. 아, 기분 좋아! 스마일 표정으로 변한다. 운동화를 당겨 신고, 무릎을 접어 발을 엉덩이까지 잡아당기고, 반대쪽 팔을 들어 하늘로 올려 스트레칭한다.
앱을 켜고 산책로를 진입한다. 폭 90센티미터는 될까, 좁은 길 양쪽으로 조팝나무가 기를 쓰고 자라 내 키를 넘어섰고, 오른쪽 에메랄드그린 경계목은 건장하다. 그 사이로 수수 꽃 향기가 한 겹 바른 듯 섬세하게 느껴진다. 코끝에 닿는 공기의 질감이 다르다. 마치 수영복을 입고 물에 뛰어드는 느낌. 풀향기로 온몸을 헹구는 것 같다.
나이키 러닝 앱에서 아이린 코치는 '회복 러닝'에 대해 이야기한다. 회복이라면서 무려 25분가량을 달리라고 한다. 25분을 달리며 에너지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고갈되는 것이 아닌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두 달 반 후, 나 역시 회복을 위해 25분을 달리고 있다.
해 봐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내 경험치가 쌓인다고 생각하면 좀 더 쉽지 않나. 인사 고과, 평가, 책임 그런 것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되지 않나. 아무리 힘들어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지 않나. 그러면서 내 뇌세포와 근육세포가 자란다. 그걸 우린 ‘경험’이라 부른다.
오늘은 능수버들을 만나 팔짝 뛰어 하이파이브하고, 그 옆에 서 있는 물푸레나무와 상견례를 했다. 왕벚나무의 줄기에 손을 대고 호흡을 고른 다음, 뒤돌아 다시 달렸다. 바닥이 다 보이는 맑은 운중천을 보며, 흐르는 물에 내 마음도 함께 씻었다. 가슴에 가득 담은 초랑 파랑 하양 노랑. 꽃향기를 마시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붕붕처럼, 힘이 가득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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