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어른들이 그렇듯, 일요일 아침이면 나 역시 모자란 잠을 몰아 자며, 휴식을 취하는 버릇이 있었다. 과거형이다. 나는 이제 다른 방법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줄 안다. 바로, 회복 러닝! 오늘 아침은 아무 일도 없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 있다. 반가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무지개다리와 산책로가 만나는 오솔길. 늘 이 곳엔 아무도 없었는데, 오늘은 길 가운데로 걷는 사람이 보인다. 보통 인기척이 들리면 잠깐 몸을 틀어주시는데, 이 분은 이어폰을 꽂고 계신지, 움직임이 없다. “실례합니다.” 하며 조팝나무를 헤치고 지나간다.
어제는 경주 외동 도서관 강연이 있었다. 일주일 내내 무리한 데다, 먼 곳까지 이동하는 스케줄이라 피곤하겠지 싶었는데, 웬걸. 일면식 없던 분들로부터 에너지를 가득 얻고 돌아왔다.
코로나 19가, 대면하는 오프라인의 모임을 모두 지워버렸다. 나부터도, 위험을 무릅쓰고 만나고 싶을 만큼 가치 있어야 겨우 가고픈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토요일 한낮 시간에, 신청하신 분들께서 거의 모두 참석하셨다. 귀한 하루를 내 강연과 바꾸신 분들.
마스크를 쓰고 만나, 가까스로 눈빛만 소통했지만, 7월 11일 토요일 오후, 외동 도서관 2층에서 우리가 함께 보낸 한 시부터 세 시까지 시간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기억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된다.
그분들 중엔, 밴드에서 보고 오셨다는 분, 도서관마다 내 책을 신청해 주셨다는 분, 직접 만든 소청 행주를 새하얀 포장지에 반듯하게 포장해 선물해 주신 분들이 계셨다. 막상 다른 사람을 위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그 맑은 눈 앞에서 나는 하는 수 없이 “더 좋은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작가로서의 나는 소시지 기계다. 일상의 감정을, 사람의 모습을, 관찰한 세계를 기계에 밀어 넣고, 내 감수성이라는 향신료를 더해 잘 갈아, 소시지로 변신시킨다. 특제 소시지를 위한 비장의 레시피라는 게 있을까. 기차 안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보며, 골똘히 생각한다.
능수버들을 애피타이저 삼아 1킬로미터를 달렸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먹은 듯 상쾌하다. 솔잎을 코에 대고 향기를 맡으며, 파르메 산 치즈를 잔뜩 얹은 토마토 펜네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왕벚나무 옆에선 크림을 가득 넣은 슈를 아껴 먹는 느낌이 든다. 잔뜩 충진한 기계. 포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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