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비슷한 시간에 같은 일을 하는 것

비 내린 후 공기가 촉촉함을 머금어 금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높은 습도, 해뜨기 전의 아침 시간. 이때, 나무와 풀이 내뿜는 피톤치드 농도가 가장 진하다. 어쩌면 나는 풀향기에 중독되었는지도 몰라. 무릎을 오른쪽으로 열 번 돌리고, 왼쪽으로 열 번 돌리고, 발목도 양쪽으로 원을 그리며 근육을 풀어준다. 서서 무릎을 접어 엉덩이 쪽에서 발끝을 당기고, 4자가 되게 접어 고관절 바깥쪽을 푼다.

늘 비슷한 시간에 아침을 시작한다. 그런데! 별 다르다. 전날 과식으로 몸이 찌뿌둥한 것. 전문 서버가 숯불에서 바로 구워주는 돼지갈비에, 직접 담근 된장으로 버무린 시래기나물과 단촛물에 담근 참나물 샐러드 앞에서 이성을 잃었다. 고추장에 애기 더덕을 통째로 버무린 무침도 아삭아삭 씹기 좋아, 내 앞의 모든 접시가 금세 깨끗해졌다. 그렇게 집중하며 먹다 보니, 100% 메밀로 직접 반죽했다는 평양냉면까지 뱃속으로 쓸어 넣었다. 배가 봉분이 되었다. 안 돼. 갑자기 5킬로그램이 늘었던 그 해 여름이 생각난다.

캘리포니아 인근을 한 달 정도 여행한 적이 있다. 토마토 살사, 피자, 새우튀김 등등 모든 음식이 입에 맞았지만, 특히 패티를 강한 열로 구워, 육즙이 진한 햄버거에 꽂혔다. 인 앤 아웃 버거, 퍼더러 커 버거에 홀려 매 끼니 배가 두둑해지도록 먹으니, 금세 체중이 5킬로그램 불었다. 피부 아래 지방층에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 인형이 되었다.

문제는 살이 아니라,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불어난 몸과 그대로인 옷의 체적이 맞지 않아, 계속 피부에 옷감이 부대꼈다. 마찰이 생기니 피부가 아파 몸살이 난 것 같았다. 갑자기 증가한 하중에 무릎 관절도 시큰거렸다. 무거우니, 움직이기 싫고, 움직이지 않으니 점점 더 몸이 부풀어 올랐다.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 불편하고, 자유롭지 못하다 느꼈다.

불어난 몸을 감추려고 점점 더 큰 옷을 찾게 되고, 옷을 갖춰 입는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 작은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고 정리해야 하니, 귀찮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셀룰라이트가 울퉁불퉁 드러나 아름답지도 않았다. 급기야 동생의 매 같은 눈에, 감추고 싶던 허벅다리 뒤편의 비포장 도로를 들켰다. “언니, 운동하러 가자. 그 셀룰라이트만 없으면 더 예쁠 텐데!”

불어난 몸은 아프고, 부대껴 불편했다. 자유를 구속받는 느낌. 어느새 검색창에 5킬로그램을 순식간에 빼 주는 약, 프로그램, 주사를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 달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살을 줄이려면, 재빨리 줄이는 비법을 써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단기간의 급속한 변화는 몸에도 일상에도 무리를 준다. 그 방법은 지워버리기로 한다.

일단, 가능한 운동부터 시작했다. 바로 하루 10분 요가. 부들부들 떨려 10분 하기도 버거웠지만, 2년쯤 지나니, 한 시간 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코로나 19가 터지며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앱 속 운동을 따라 했고, 조금씩 조금씩 늘려 요즘엔 아침마다 달리는 중이다. 기관지와 폐, 심장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조금씩 더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느 날 갑자기 마라톤을 완주하는 심장과 폐와 다리를 갖게 되진 않지만, 그렇게 체력과 정신력은 조금씩 나아진다.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노년을 위한 100세 인생 지침서’라는 부제가 붙은 <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에 보면, 백 살까지 일상생활을 계속하는 어르신들의 사례가 여럿 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늘 같은 시간에 비슷한 일을 한다는 것. 지금으로서는 백 세를 살 게 될지, 정말로 백오십 세를 살 게 될지 알 수 없다. 늘 비슷한 시간에 달리기로 일과를 시작하는 수밖에.

Https://linktr.ee/jaekyung.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