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수학 공부를 한다며, 컴퓨터를 켜고 강의 동영상을 열심히 본다. 뭔가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뭔가 해 보려 노력하는 것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이게 수학 공부를 하는 바른 방법인지 의문이 생긴다.
내가 생각하는 수학 공부란, 동영상 강의를 보고, 그 문제를 스스로 풀어 보고, 조금 더 많이 풀어 익숙해지는 일련의 과정에 있다. 스마트폰이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21세기에 고리타분한 옛날 방식인가 싶지만, 우리 몸은 움직여야 세포가 자라고, 근육이 생기는 생물학적 존재인걸 어쩌나.
공부란, 소근육을 자극하고, 뇌 근육을 움직여, 일 미토콘트리아만큼이라도 세포를 키워 시냅스를 이어 붙이는 것인데, 머리도 손도 쓰지 않으면 세포는 절대 자라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저 눈으로 보는 것은 절대 공부가 아니다.
아들이 생각하는 수학 공부란, 동영상 강의를 보는 것만 포함되어 있다. 보는 것은 아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수학 문제를 보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막상 하려고 하면, 텅 빈 머리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들을 종종 만난다. 혹시 그런 적이 없다고 말씀하실 거라면, 백만 스물 한 가지 예가 있다.
백종원 선생님의 요리 시연을 보면 너무 쉬워 보여 금세 할 것 같지만, 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더덕을 보거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 것의 돼지고기를 마주 했을 때는 머릿속이 하얘진다. 물풍선이 터져 머리 위로 쏟아지는 것 같은 기분. 뭐부터 해야 하지?
꽃꽂이 선생님의 꽃꽂이 시연을 봤을 때도 그랬다. 30년 가까이 꽃과 함께 생활하신 선생님은 대충 툭툭 자르시는 것 같이 보인다. 꽃대를 잘라 침봉에 꽂으시는 손길이 머리카락 한 번 쓰다듬는 것처럼 가볍다. 하지만, 막상 손질되지 않은 꽃을 마주하고, 잘라 꽂으려 하면 잎은 어디까지 정리해 주어야 하는지, 키는 어느 정도로 잘라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침봉에 꽃대를 꽂을 때도 식은땀이 뻘뻘 난다. 기어이 뾰족한 바늘에 찔리며 눈물이 쏙 빠진다.
요가도 마찬가지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팔다리 근육과 관절을 보자면 나도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거울 속 나를 보라. 선생님은 가만히 서 계시지만, 내 팔다리는 부들부들 떨리며 겨드랑이엔 식은땀이 흐르지 않나.
영상을 열심히 보며 공부를 하고 있다 생각하는 건, 달리기 앱을 켜 놓고, 가만히 있으면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말하는 것과 똑같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보는 것과 내 몸과 머리를 움직여 해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아무리 달리기 영상을 봐라. 다리가 튼튼해지나. 아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속으로 이야기한다.
근육에 배어야 내 것이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 내 피부가 느끼는 것, 내 귀가 듣는 것, 내 감정이 느끼는 것, 그런 것들을 채집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감각을 다듬으면 좋겠다. 내 직감이 믿는 대로 나아가는 것.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이고, 경험을 켜켜이 쌓아야 겨우 가능하다는 걸, 알면 좋겠다.
https://linktr.ee/jaekyung.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