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호흡을 고르는 시간. 전력 질주하며 달리다, 숨을 고르며 걷다, 다시 전력 질주하며 달리는 편이 내게 맞다. 쉴 틈 없이 달리면 꼭 어딘가에서 고장이 난다. 그러면 완전히 멈추게 된다. 회복하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니, 오히려 거북이처럼 꾸준히 천천히 가는 편이 낫다.
오늘은 시간이 정해진 약속은 없어, 마음이 여유롭다. 조금 더 달려볼까. 3킬로미터 지점을 지나, 다리를 지나, 조금 더 가본다. 오른쪽엔 803동을 지나, 807동까지 보인다. 한 번도 와 보지 못 한 낯선 길. 오른쪽에 능수버들 몇 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는 군락이 보인다. 반갑다.
나무들 사이에 서서 늘어진 능수 버드 나뭇잎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하다. 한 번 해 보면 되지! 발걸음을 떼려 하는데, 포장된 길 바깥이다. 오는 길에 만났던 현수막 글귀가 떠오른다. 뱀 출몰 지역이니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친절하게 붙어 있었다. 혹시 뱀이 꿈틀 하면 어쩌지. 흙을 밟으려 하니 어쩐지 망설여진다.
아무리 사소해도 경험해 보지 못 한 불확실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 경우는 궁금함이 두려움을 이겼다. 눈으로 뱀이 없는 걸 확인하고, 발을 내디뎌 본다. 능수버들 아래 서서 360도 펼쳐진 나뭇잎 커튼을 감상한다. 옷장 속에 몸을 숨기고 숨바꼭질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뱀은 나타나지 않았다.
<배움의 발견>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부모의 종교적 믿음으로,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는 소녀가 캐임브리지 박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그 책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는 장면이 있다.
캐임브리지에서 교수와 타라를 포함한 학생들이 채플을 구경하는 장면이었다. 바람이 부는 높은 시계탑에서, 건초 헛간에서 지붕 잇는 일을 많이 해 본 타라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붕 능선을 타고 걷는다. 이유를 묻는 교수에게, 타라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뭔가를 벌충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높이 때문에 겁이 나니까 몸을 낮추고 있잖아요. 하지만 몸을 웅크리거나 옆으로 걷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킬 뿐이에요. 두려움만 통제할 수 있으면 이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두려움을 통제하는 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먹구름이 걷히며 파란 하늘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소나무, 벚나무 사이로 하얀 구름이 지나고, 파란 하늘이 달걀노른자처럼 보인다. 사진을 찍으려 멈추니, 옆을 지나던 할아버지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신다. 내 어깨 뒤로 서, 렌즈가 향한 방향으로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신다. 동그란 안경알 너머로 눈빛이 반짝거린다. 궁금해 어쩔 줄 모르는 것, 그게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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