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토종

식물과 일상을 함께 한 지 만 4년이 되어 간다. 햇살을 쫓는 나무처럼 식물에 대한 관심이 계속 자라, 2018년엔 성남 가드너 과정을 수료했고, 2019년엔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 취득하고, 올핸 성남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을 이수중이다.

수료 후 도시농업기능사 자격증이 부여되는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은 성남시 시민농원에 있는 교육장에서 진행된다. 동그랗고 큰 잎으로 물 표면을 뒤덮고 희고 큰 꽃을 피우는 연꽃밭을 지나, 하늘 높이 솟아 뾰족하게 자라는 옥수수 밭을 왼쪽 옆으로 하고 걷다 보면, 교실이 나온다.

메리골드와 바질 같은 화초와 함께 토마토를 심은 텃밭도 볼 수 있고, 통나무나 널빤지로 만든 상자 텃밭도, 우리가 손으로 심은 벼 상자도 있다. 여러 가지 실험을 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갈 때마다 다른 꽃이 피는 들판도 반갑다. 지지난 주 교육에선,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를 만났다. 엄마의 화단 속 꽃들과 똑같다. 얘네들은 토종 씨앗이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추억 속 그 꽃을 찾았지만, 화원에서 만난 채송화는 잎이 더 두껍고 꽃이 야무지지 않았다. 맨드라미는 머리가 더 컸고, 봉숭아는 꽃 색이 달랐다.

토종 씨앗은 오랜 세월을 지나며 우리 땅에 맞게 유전적 형질이 적응한 씨앗이다. 당연히 잘 자라고, 잘 견딘다. 해가 지나면 또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하지만, 산업이 되긴 힘들기 때문에 토종 씨앗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IMF 때 종묘상을 팔아, 우린 로열티를 지불하며 씨앗을 구입하고 있다.

우리 땅에 적응한 토종 씨앗은 귀하다. <호미 한 자루 농법>의 평산 안철환 선생은 토종 씨앗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은 80% 할머니라고 한다. 시집갈 때 혼수로 그릇 세트를 보낼 때, 씨앗을 함께 보냈다고 전한다. 씨앗은 될 성 부른 사람에게만 주는 귀한 ‘씨’였고, 거래는 하지 않았다.

씨앗을 목숨 걸고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바빌로프 박사가 전 세계 150여 개국을 돌며 모은 수십만 종류의 씨앗을 보관하던 ‘바빌로프 연구소’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레인 그라드는 독일군에게 900일 동안 포위된 적이 있었는데, 연구원들은 씨앗을 먹지 않았고, 9명의 연구원이 굶어 죽었다.

씨앗이 잘 자라는 땅을 만들려면 공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서 호미질이 중요해진다. 미생물과 양분과 우드칩이 만나 발효한 흙에 생기는 방선균이야말로 천연 항생제이기도 하다. 운중천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억새와 악수하며 생각한다. 매일매일 마시는 나무 향기와 흙냄새가 나를 지켜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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