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M 50 대 BPM 140

내겐 세 명의 여동생과 한 명의 남동생이 있다. 같은 부모 아래 유전자를 나눠가졌지만, 도대체 우리 엄마 아빠의 유전자는 얼마나 넓은 폭을 가지셨길래, 비슷한 녀석이 하나도 없다.


우리 둘째는 운전을 잘하고, 늘 흥이 넘친다. 둘째가 운전대를 잡을 땐, 차가 들썩들썩할 정도의 데시벨로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듣고, 창문을 활짝 열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흥을 지켜보게 된다. 새벽 4시라도 그렇고, 밤 12시라도 그렇다. 반면, 나의 에너지는 늘 차분해서, 조카들로부터 진지충이라거나 교과서 같다는 평가를 받은 지 오래다.


얼마 전, 가족 모두 한 차를 타고 이동하던 날, 당연히 운전 잘하는 둘째가 기사를 맡았다. 내심 오늘은 무슨 노래를 틀고 춤을 출 것인가 궁금했는데, 시동을 켜자마자 예상과 다른 곡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들어?" 하고 묻는 내게, 동생은 "아니? 이 선곡 괜찮으십니까?” 라 묻는다. "어, 좋은데? 웬 클래식이야?" "응, 언니, 나 요즘 클래식 들어." 하며 볼륨을 높이는 음악은 무려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한 드보르작의 솔라드 무곡 1번 C장조였다.


“갑자기 웬 클래식이야?”

“응, 언니, 내가 요즘 공부를 하잖아. 집중이 잘 되게 하는 음악을 찾는데, 이 음악을 들으니까 공부가 잘 되더라고.”

“그렇지, 그렇지. 집중할 때는 다른 게 필요하지.”

"그런데, 들어보니까 좋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클래식 자주 들어."

"그래. 이런 것도 좀 듣고 그래. 그동안 놀아주느라 힘들었어."

"우하하하. 나도 마찬가지거든!"


BPM50과 BPM140은 진지와 흥 사이의 격차가 있는 것이었다. BPM은 'beats per miniute'의 약어로, 음악의 속도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1분 동안의 심장박동도 BPM으로 표시한다.


운동삼아 달리기를 시작한 후, 심장 박동을 알게 되었다. 근육 덩어리 심장은 뛸수록 운동량이 늘어난다. 평소 심박 50 선에서 머물던 나의 침착한 심장은, 달리기 속도가 올라가는 것과 정비례로 박동이 빨라진다.


BPM 50에서 러닝을 시작하지만 혈액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생각의 흐름도 바빠진다. 심장 박동이 BPM 200일 때는 몸을 흔들고 싶을 만큼 신이 나는 걸 알게 되었다. 평소의 내 심장 박동은 BPM 50 수준에 머무니, BPM 140은 외계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유두래곤 몸이 자동 반응하는 BPM 140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로 순간 이동시켜 준다. 매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비밀의 문을 여는 느낌이다. 오늘 아침엔 달맞이꽃이 눈에 들어온다. 늘 그곳에 있었어도, 오랜 시간 함께 했어도 의식하고 그의 이름을 불러야 내게로 온다.


어쩌면 그동안 세상을 반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내게 오는 파도를 편견 없이,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 BPM 50은 50으로, BPM 140은 140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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