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만났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대답은 명쾌하다. "아니." 뒷 문장은 없지만, "그럼 한 번 외워볼래?"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어, 그래." 하고 집어 들었다. MBC 김민식 PD는 한직으로 발령 난 김에 시간이 남아 이 책을 썼고,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영어책을 한 권 외우면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요지의 책이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작가가 시간을 쪼개 활용하는 스킬이었다. 길을 걸으며, 영어를 듣고 따라 하고, 설거지를 하며 영어를 듣고, 따라 하고, 보통 세 가지 일을 한꺼번에 같이 했다. 72시간 할 일을 24시간 안에 끝내는 축지법이었다.
영어책 한 권을 외우면 잘하게 될까 싶어, 추천서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구입했다. 100일은, 곰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만큼의 시간이다. 뇌과학적으로는 뇌 회로도가 변하는데 그 정도 걸린다. 습관이 드는데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라고 이해해 봄 직 하다. 100일만 외우면 영어를 잘하게 된다니, 한 번 해 보지 뭐.
한 페이지를 외울 땐 할 만했다. 2일 째엔 1일 째, 2일 째를 반복하고, 3일 째엔 1,2,3일 분을 되풀이하는 거다. 60일쯤 되니까, 1일부터 60일까지의 영어 회화를 다 외워야 했다. 아무리 빨리 해도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데다, 1,2,3번은 기억해도 50번쯤 되면 머리가 깨끗해졌다. 내 머리가 성능이 이렇게 좋지 않았던가. 60일 즈음에 포기했다. 그때의 분투는 'Have you ever heard interview by any chance?' 한 문장 겨우 남았다.
60일은 습관이 되긴 모자란 시간이다. 뭔가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90일은 해야 한다. 역으로 90일을 넘겼다면 습관이 되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무의식에서 알아서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다음부턴, 뭔가 새로 시작하면 90일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성공한 것이 요가가 있다.
요가를 시작할 땐, 분수를 파악했다. 10분~15분. 매일 하며 긍정적 효과에 집중했다. "오, 너무너무 시원해, 오오오오, 정말 목덜미가 뻐근하지 않다!"거나,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가 조금 더 견딜 때 박수를 치며 아낌없이 기뻐해 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대퇴근을 늘렸다.
러닝을 시작하면서도 일단 90일이라고 마음먹었다. 첫날 나이키 런 클럽을 켜고, 아이린 코치의 첫 러닝 코칭을 받던 게 생각난다. 2킬로미터를 30분 속도로 달! 리! 며!, 그 다음날 생길 근육통에 떨었다. '에이. 설마, 내가 다시는 달리러 나가진 않겠지.' 했지만, '나'는 그 다음날 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렇게 90일이 지났다. 3개월이나 달렸으면 꽤 익숙해졌을 것 같지만, 여전히 나의 심장과 폐와 허리와 고관절과 무릎은 뻣뻣하다고 느낀다. 3개월이나 땀을 흘렸는데,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거야. 심통이 난다. 오늘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아이린 코치의 세션을 켜고 따라 달렸다. 그래도 2킬로미터는 이제 만만하게 여겨진다. 10킬로미터가 껌처럼 느껴지는 날까지,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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