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에 압착 고무로 고정하는 노란색 훅을 부착해 두었다. 보드라운 흰색 티셔츠 위엔, 황새가 나이키 운동화를 입고 있는 검은색 라인 일러스트가 있다. 귀여워 자주 입는 러닝복이다. 나무 옷걸이에 걸어 창틀에 걸쳐 두었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와 빨래가 축축할 때에는 한 톨의 바람도 아쉽다.

티셔츠를 매일 빨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하루 30분 입는 옷인데 매일 세탁해야 하나? 어쩐지 환경에게 미안하다. 그냥 말려 볼까? 옷걸이에 걸어 창틀에 걸쳐 두었더니 금세 말랐고, 마른 옷에서는 이렇다 할 냄새가 나지 않았다. 뭐, 이 정도로는 매일 빨지 않아도 괜찮은가 보다 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열린 공간에서 달려도, 누군가 곁을 지나가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반경 2미터까지 그 사람이 품고 있는 향이 느껴진다. 어떨 때는 파란색 쇼츠를 입은 아저씨에게서 풍기는 플로럴 계열 섬유 유연제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파마 머리 여성의 우디 계열 샴푸이기도 하다. 역시 좀 빨았어야 했나?

아이린 코치의 스피드 런 코칭을 켜고 달린다. 10킬로미터 페이스, 5킬로미터 페이스, 마일 페이스, 셀러브레이션 페이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달리는 스피드 런에선 기관지가 터질 것처럼 금세 숨이 가빠지고, 콧등과 이마엔 땀이 뻘뻘 난다. 좋은 코치는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게 믿어 주는 사람이다.

오늘은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된다. 겨드랑이를 타고 땀이 줄기가 되어 흐르고, 등은 비를 맞은 것처럼 흠뻑 젖었다. 가슴팍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게 보인다. 전속력으로 달리며 팔다리의 가동 범위를 넓히는데, 오른쪽에 시선이 멈춘다.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온다.

아카시아 잎처럼 동글동글한 잎을 잎맥 사이로 마주 보고 있는 풀이 눈에 들어온다. 자주색에 가까운 분홍 꽃을 피웠는데, 질감이 아름답다. 초록 안개에 분홍 촛불이 켜진 듯 싱그럽다. 이름은 큰 낭아초. 사진을 찍어주려 암밴드를 풀었는데! 어디서 시큼한 쿰쿰한 냄새가 난다. 그제야, 암밴드를 한 번도 세탁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좀 젖으면 어떤가, 냄새가 좀 풍기면 어떤가. 뻔뻔해진다. 살아 있는 사람은 모두 땀을 흘리지 않나. 재봉틀의 바늘이 한 칸씩 움직이며 한 땀 한 땀 엮어 내는 것처럼, 우리 역시 다리를 앞으로 한 걸음 씩 내딛으며 땀을 흘리고 있는데. 직립을 지키려는 노력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앞에 달리는 아저씨의 티셔츠도 흠뻑 젖었다.

그쳤던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다. 암밴드와 팔의 피부 사이로 빗물이 스민다. 암밴드와 애플 워치의 밴드에서 쉰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부지런히 밖에 나가 공기와 바람과 비를 머금고, 나쁜 것들을 땀으로 배출했다. 땀은,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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