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많을 때

비가 폭포처럼 떨어진다. 이렇게 비가 집중적으로 많이 내린 적이 있나? 아침 운동을 어떻게 할까 망설이며 호밀빵을 토스트 기 위에 올리고, 냉장고에서 캐내디언 햄과 고다 치즈, 로메인과 토마토를 꺼낸다.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으려면, 가능하면 머스터드를 예산 안에서 가장 비싼 걸로 구입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파리 봉마르쉐에서 사 온, 트러플이 들어간 머스터드를 꺼낸다.

샌드위치를 만들면서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과 에너지는 정해져 있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 봐도 각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쳐낼 수 있도록 내가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을 숙련해 작업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노력한다 해도, 인간의 몸은 스물다섯부터 노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진다. 체력도 떨어진다. 웬만큼 노력을 해 가지고서는 어제의 나만큼 해 내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식사를 준비하고, 차리고, 설거지하고, 정리해 넣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이 아무리 못 해도 한 시간은 걸리는데, 하루 세 끼를 그렇게 차려 먹자면, 다른 일들을 처리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그럼 다른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데, 그건 또 잘 되지 않았다.

달리기를 위해선 하루 35분~50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한데, 그 시간을 위해 남편과 아들의 아침식사 준비를 포기했다. 남편은 다행히 시리얼을 좋아하고, 아들은 입맛이 없다며 아침을 거르는 날이 많다. 나는 아침은 아주 간단히, 두유 한 잔 정도면 충분하다. 평소 식사는 한 그릇 음식으로 간소하게. 견디다 못 한 남편과 아들은 스스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장도 보고,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설거지에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라면 15분으로 줄여야 15분을 다른 곳에 쓸 여유가 생기지 않나. 매 순간 집중하며, 조금 더 빨리 하도록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식탁에 앉아 있으니, 아들이 온다.

아침을 먹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언제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입맛이 없다는 아들을 살살 꼬드겨 기어이 한쪽 다 먹여 학교를 보낸다. 못 이기는 척 먹어 주는 아들. 사과즙 한 봉지를 잘라 컵에 따라 주니, 달다고, 아기처럼 좋아한다.

아들이 나가자, 빗방울이 가신다. 이제라도 달리고 와야겠다. 어제 4킬로미터를 달렸다고 해서, 오늘도 같은 컨디션으로 달린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그저 달리는 수밖에. 그래도 교감 신경의 반응 속도는 좀 더 빨라져, 짧은 거리에도 땀이 송송 맺힌다. 나는 오늘도 뛰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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