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존하는 화가 중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가 1972년에 그린, 빨간 재킷과 흰색 팬츠를 입은 금발의 남성이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서, 하얀 수영 팬츠를 입고 평영 하는 남성을 내려다보는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그림은 2018년에 약 1018억 원에 낙찰되었다.
그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스물여섯에 런던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전시회의 전 작품이 판매되었다. 재능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의 요크셔 작업실을 방문한 마틴 게이퍼드는 호크니 작업실 바닥에 물감 자국이 거의 없다고 전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어떻게 물감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는 걸까. 얼마나 숙련되면 그럴 수 있는 걸까.
최근엔 고향 요크셔로 귀향해, 사계절의 자연을 가득 담은 그림을 보여 준다. 디자인하우스에서 발간한 마틴 게이퍼드와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집 『다시, 그림이다』 표지에 있는 그림도 그중 하나다. 초록색 보라색 연두색, 흰색의 선명한 색이 시선을 잡아당기는 그림의 제목은 ‘월드게이트의 쓰러진 나무들’이다.
책에 실린 그림은 완성 전 모습이었는데, 우연히,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완성작을 보았다. 실물은 크기가 집채만 했다. 80대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은 곧고, 색이 선명하다. 금세 눈이 촉촉해진다.
‘자연의 기쁨’이라는 특별전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는 빛과 자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 고흐 역시 빛과 자연을 사랑한 화가로 손꼽힌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 매일 새로운 소재. 똑같은 곳을 바라 보아도, 우린 아마도 빛에 따라, 관찰에 따라, 다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은 곳을 달리면서도 매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가로수에 자주 쓰이는 환경오염에 강한 나무이다. 플라타너스 열매는 지름이 3센티미터 정도 될까. 갈색인데, 표면이 까칠까칠하다. 과학 시간 준비물 물체 주머니 속에서 거친 질감을 대표하는 사물로 먼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나무는 싫었다. 가을이면 짙은 갈색의 수박 통 만한 낙엽이 거리를 날아 보기에도 흉하고 처치 곤란이었다. 나무껍질의 흰 무늬도 버짐이 핀 것처럼 얼룩덜룩해 어쩐지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만나는 플라타너스 나무는 계속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8월의 플라타너스 나무엔 초록색 팔레트가 숨어 있다. 연두부터 초록을 지나, 짙은 청록색까지 일부러 맞춘 것처럼 한 톤 한 톤 착착 넘어간다. 잎의 앞면은 색이 진하고, 뒷면은 흰색을 조금 섞은 듯 명도가 높다. 플라타너스는 잎이 크니 색상도 넓게 보여, 색을 감상하기엔 더할 나위 없다. 달리며 고개를 돌려 끝까지 보게 하는 플라타너스.
비가 많이 내려 산책로엔 새로 물길이 파이고,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겼다. 무릎까지 잠길만큼 깊게 고인 물도 보인다. 웅덩이를 지나며 맑은 물에 장난기가 동한다. 발을 내디뎌 일부러 첨벙첨벙 걸어 본다. 솔잎을 하나 따, 입에 넣고 씹어 본다.
모네는 지베르니에 살면서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남프랑스의 햇살이 비추이는 정원을 관찰했다고 한다. 아침 달리기에서도 운중천 가장자리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긴 사람들, 야생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만난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나무와 풀 사이를 지날 때, 우리 모두는 예술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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