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리 색 리넨 100% 커버, 오크 색 프레임, 단단한 베개, 자유롭게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앵글 포이즈 테이블 스탠드, 100% 리넨 패브릭의 침대 커버, 장식 없는 반듯한 사각형 오크 침대 프레임, 사토 다쿠의 <삶을 읽는 사고>가 놓여 있는 물푸레나무 사이드 테이블이 있는 내 침대.
책상 위엔 네스프레소 머신과 캡슐이 들어 있는 통, 잡동사니를 수납해 둔 벽돌색 비트라 박스가 있다. 오른쪽엔 도서관에서 빌려 둔 책이 가로로 여러 권 쌓여 있고, 그 앞쪽으론 함께 읽고 싶어 유튜브 영상을 만들려 골라둔 책들이 세 권 있다. 헤이의 나무 의자는 가벼워, 밀어 놓고 꺼낼 때 소리가 나지 않아 사용성이 좋다.
그 앞엔 맥북이 놓여 있다. 체구는 작으면서 나는 늘 IT 기기는 큰 게 좋다. 맥북도 15인치짜리 큰 제품을 구입해, 백과사전을 둘러메고 다니는 심정으로 배낭에 넣고 다닌다. 맥북 용 알루미늄 스탠드와 아이패드가 놓여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때엔 아이패드로, 업무를 할 때엔 맥북으로 도구를 전환한다. 맥북으로 글을 쓸 때엔 보고 서러 첨 퍽퍽한 단어들이 떠오르고, 아이패드로 글을 쓸 때엔 키보드 키감처럼 말랑한 글이 튀어나온다 믿고 있다.
창가 앞엔 3단 높이의 이케아 화분 거치대가 있다. 대나무 프레임에 흰색 도장을 올린 철제 트레이가 작은 원을 그리며 나선형으로 올라간다. 낮은 쪽엔 올리브 나무를 올려 두었고, 중간엔 휘커스 움베라타, 만 3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 뱅갈 고무나무가 차례대로 올려 있다. 올리브나무는 발코니로 내보내 햇빛과 바람과 비를 맞히며 살찌우고 있다.
창을 통해 들이치는 빛의 양에 따라, 사물의 색이 조금 달라 보일까, 늘 익숙하다. 일상의 편안함은 익숙한 사물로 둘러 싸인 공간에서 우러난다. 여행은 정반대로 온통 까끌거린다.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에서 오는 묘한 긴장감. 어행을 함께 하는 동행이 있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며 예상 밖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가족들과 2박 3일 시간을 맞춰, 제주도에 왔다. 바로 바다 옆 숙소에서 바다를 보고 있으니, 바닷가를 따라 달리면 어떨까 궁금해 짐과 동시에 자동으로 운동화를 갈아 신고 뛰어 내려간다. 가만히 보고 있던 조카가, 그 뒤를 따라나선다.
"이모! 얼마나 달리실 거예요?"
"글쎄.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한 2킬로만 뛸까?"
"네~!!"
몇 번을 멈춰가며 겨우 1킬로미터를 채웠다. 녀석은 거뜬해 보인다.
"이모, 이모는 보통 몇 킬로를 얼마에 뛰세요?
"그 얘기는 몇 킬로를 얼마 정도 속도로 뛰냐는 건가? 아니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는 걸까?"
"네, 몇 킬로를 어느 정도 시간에 뛰시는지 궁금한 거예요."
"4킬로미터를 30분 정도로 뛰는데?"
"저는 천천히 조깅을 하면 운동을 한 것 같지 않아서......"
"어, 그래? 그럼 네가 앞서 달려 볼래? 이모가 뒤따라 갈게."
"네~!!!"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앞장서 달려 나간다. 몸이 가볍고 날렵하다. 실컷 달리고 싶었구나 생각하며 조카 뒤를 따라 달린다. 한 200미터 따라 달렸을까, 금세 내 속도는 점점 늦어지고, 녀석의 속도는 변함없다. 한참을 실컷 달리더니, 뒤를 돌아 뒤쳐진 나를 보고 기다린다.
"운동 많이 하는구나! 멋지네."
"네, 저는 축구를 하면 175미터씩 여덟 번을 계속 왔다 갔다 하거든요. 그럼 엄청 힘들어요."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잘 달리지."
"천천히 달리면 몸이 좀 개운하지 않아서요."
"오, 그렇구나! 달리고 싶은 만큼 실컷 달려 봐 봐. 이모가 뒤따라 갈게."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흐르는데, 이 녀석 호흡은 안정적이다. 이젠, 열 살짜리 조카가 나를 기다려 줘야 하는구나.
바로 앞, 서쪽으로 제주 바다가 펼쳐진 숙소에선 쉬지 않고 파도 소리가 들린다. 어젠 동그란 오렌지 색 태양이 어둠을 품은 바다로 풍덩하더니, 오늘은 구름 사이로 숨었다. 자연은 매일 같은 날이 없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도 자연을 닮았다. 가로로 길게 빛을 바르며, 석양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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