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긴 장마가 끝났다. 회색빛 구름이 걷히니, 숨이 막힐 듯 뜨거운 해가 나타났다. 이게 여름이지. 그동안 여름을 잊고 살았다. 장마 후 한여름이란, 바람이 통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9단으로 온도를 올린 전기레인지 위에 웍을 올리고 기름을 잔뜩 부은 다음, 180도 온도에서 사천식 가지 튀김을 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나는 매일 달리기로 했으니, 신발을 갈아 신고 문을 나선다.
2박 3일 여행으로 일상의 리듬이 틀어졌다. 혼자 떠난 4박 5일의 여행은 시차가 있어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여행 장소로는 제주도 보다야 파리가 더 무리가 되는 거 아닐까. 동행이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인데. 아무래도 '함께' 있으면 컨디션을 위한 리추얼을 100% 지키긴 힘든 것 같다.
함께 있다 보면 권하는 사람이 없어도 와인 한 잔 먹게 되고, 고기 열 점 먹게 되고, 시간이 몇 시이든 왕소라 과자를 와그작 와그작 씹어 먹게 되는 것이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도 흔들리고, 달리기와 요가 같은, 몸과 정신을 챙기는 리추얼도 약식으로 줄어드니 말이다. 사람이 너무 그럼 재미없다 하지만, <리추얼>에서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는 빡빡한 시간표는 비사교적인 삶이지만, 창조적 수준을 높이는 데는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럼 어쩌면 좋을까. 뭐, 인생이 답이 있나.
7시에 나섰는데도 벌써 공기가 뜨겁고, 빛이 강하다. 350미터를 달렸을 뿐인데, 벌써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아니, 그동안 100일도 넘게 달렸는데 도대체 왜 실력이 늘어나지 않는 걸까? 도대체 왜 컨디션이 왜 좋지 않은 거야! 투덜, 투덜, 투덜이 스머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코로나 시대엔 특히 더 매일매일 달리는 편이 좋다. 매일 해를 20분 정도 쪼이는 것은 비타민 D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면역력과 뼈의 건강뿐만 아니라, 행복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나무가 뿜어내는 이로운 물질을 마시려면, 저녁보단 아침에 달리는 편이 낫다. 수용성이라, 저녁엔 증발하고 남아있지 않다.
긴 연휴로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 사실 상 전국 규모의 폭증이고, 정은경 본부장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라는 한 마디로 현재를 정의한다. 2학기 개학과 일정에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학교도 가지 못 하고 실내에서만 머무는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실내에 함께 사는 식물들에게 바람과 햇빛을 쪼여주지 않으면 점점 줄기가 가늘어지고, 스스로 서는 힘이 약해진다. 코로나 때문에 무기력증이 생길 지경이다. 외부로 향하는 화살표를 안으로 돌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일상을 지내는 것. 건강한 음식을 먹고, 하루 20분 이상 햇빛을 쬐고, 운동을 하고. 뭐, 인생이 답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