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사회

코로나로 오프라인에서 대면하는 강의가 거의 사라졌다. 그 자리를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가 채우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 강의는 미리 녹화 후 편집을 거쳐 송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준비하는 강사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강의보다 온라인 강의가 훨씬 어렵다. 딕션이 정확해야 하고, 버벅 대면 다시 찍어야 하니 난이도가 세 배쯤 높게 느껴진다.

강의를 요청하는 단체 별로 요구 사항도, 녹화의 컨디션도 다 다르다. 어제의 경우는, 하얀색 스크린 앞에서 순백색 커버를 씌운 테이블 앞에 앉아 녹화를 했다. 카메라 액정 화면으로 바라보니, 언덕 위의 하얀 집이 떠올랐다. 다행인 것은 흰색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

카메라 앞에 앉으니, 감독님께선 화면 프레임 안으로 초록 식물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넌지시 말씀을 꺼낸다. 담당 선생님은 “아~!”라는 문장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감독님은 카메라와 수음 상태를 체크하시고, 나는 아이패드 속 PPT자료를 보며 내용을 다시 점검한다.

잠시 후 담당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초록색 카트에 1.6미터 높이의 뱅갈 고무나무 화분 하나, 1.8미터 높이의 떡갈나무 화분 하나를 싣고 오셨다. 담당 선생님은 손바닥 만한 선인장 화분 한 개, 아이비 넝쿨이 자유롭게 뻗은 갈색 바구니를 하나 들고 나타나셨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 더 잘해보려는 마음으로 번거로움을 물리쳤다. 감독님은 떡갈나무를 고르셨고, 오른쪽엔 떡갈나무, 왼쪽엔 알로에가 자리 잡았다. 식물들이 곁에 있으니, 꼭 친구들이 응원 온 것처럼 에너지가 샘솟는다.

“와! 예쁘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더 잘해야겠는데요!”
“이런 거 너무 좋아요. 더 잘해보자는 이런 에너지, 정말 좋아요.”

땀 흘리는 선생님 안경 뒤로, 미소 짓는 눈을 보았다. 우린 다 같이 물개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한다. 현장에서 어떻게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려는 노력은 어딘가에 스미고, 으쌰 으쌰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코로나로 비대면 사회가 되니, 현장에서 주고받는 에너지가 에메랄드 같다.

카메라 뒤에서 사인을 보내는 감독님은 꼭 바다 같이 느껴진다. 내가 어떻게 해도 알아서 다 수용해 줄 것 같은 넉넉함. 내가 어떻게 해도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나는 삼십 분 동안 준비한 내용을 한 달음에 간다. 마무리 멘트가 끝나자 감독님은 두 번 찍을 필요 없을 것 같다며, 문장 하나만 재촬영하자 하신다. 금방 끝났다.

“준비를 정말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까지 하시는 분들은 잘 없는데.”
“감사합니다. 제가 한 번에 해야, 여러 선생님들 시간을 아껴드리겠더라고요.”

그 칭찬 덕분일까. 오늘은 아침에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직접 보고 대화할 때 옥시토신 분비가 가장 활발해진다. 옥시토신은 염려와 불안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제 녹화가 가져다준 선물인가. 먼지도 좋고, 온도도 좋고,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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