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관심이 커져 관련된 책을 몰아 읽던 시기에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만났다. 하버드대 뇌과학 연구원에서 일하던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서른일곱에 뇌졸중에 걸렸고, 시작부터 회복까지 8년의 과정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기록해 이 책을 남겼다.
뇌졸중이 오던 날, 이유를 모르는 심한 두통이 시작됐다. 그녀는 침대를 찾아 눕는 대신, 러닝머신을 찾아 달리다가 주저앉는다. ‘뇌과학자에게 뇌졸중이라니 참 멋진데?’라 생각하면서.
8년 만에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 그녀는 일주일에 대여섯 차례 하루 5킬로미터씩 손에 아령을 들고 걸었다. 4년 동안 하자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걷게 되었다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매일 아령을 들고 걷는 일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이성을 관할하는 좌뇌가 꺼진 상태에서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의지가 오는 걸까.
여하튼 8년 동안 거의 매일, 거의 두 시간씩 아령을 들고 걸어 정상에 가깝게 회복했고, 그녀는 이 경험을 TED에서 공개했다. 조회수 500만 건을 넘었고,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녀는 테드 강연에서 여유롭게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했지만, 재활 과정을 말할 땐 눈물을 훔쳤다.
아침에 달릴 때마다 그 생각이 났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뇌졸중에서도 8년 동안 매일 아령을 들고 걸으면 회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매일 두 시간가량 아령을 들고 걸으면 꺼졌던 뇌세포까지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우리 몸이란, 쓰면 쓸수록 나아진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쓰지 않으면 쓰지 않을수록 퇴화한다. 그래서, 자기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해야 한다. 직장 생활에, 스타트 업에, 아이를 키우며 도통 시간을 낼 수 없더라도 하루 5분이라도 운동을 하도록 몸을 훈련했으면 좋겠다. 그까짓 5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5분이 10분이 되고, 15분이 되며 점점 나아진다. 우리의 뇌는 사용하고 있는 쪽에 자원을 더 분배한다. 반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그쪽으로는 에너지를 꺼 버린다.
만약 시간이 15분 있다면, 2분은 스트레칭, 10분은 달리기, 3분은 스트레칭하는 식으로 몸을 골고루 사용해주는 편이 좋다. 시간을 모두 달리기에 써 버리면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 효율이 낮아진다. 몇 번만 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지난주엔 달린 후 매일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시큰거리던 오른쪽 무릎 통증도 어느 틈에 사라졌다.
러닝 앱을 켜고 달리다, 애플 워치 화면을 두 번 눌러 중간에 꺼졌다. 이럴 땐 뭔가 망친 기분이 들지만, 나는 용감하게 같은 코스를 한 번 더 반복한다. Go better. 아이린 코치의 목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건, 제대로 훈련하는 기분이 들며,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팬 케일 속도와 마일 속도를 오가며 6킬로미터를 달리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팔을 타고 손목에 맺히는 땀. 우린, 우리 경험이 빚어낸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