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비가 참 많이 내렸습니다. 훗날 2020년의 여름을 떠올리면, 매일매일 비가 와 여름 내내 비 냄새와 이끼 냄새가 났다고 기억할 것 같습니다. 눈만 빼꼼히 보여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마스크 쓴 얼굴과 함께요.
오늘도 아침에 비가 내렸습니다. 이젠, 비가 온다는 이유로 아침 러닝을 포기하지도, 망설이지도 않습니다. 태풍이 오거나 장대비로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등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늘 그 시간에 달려 나가려 노력합니다. 언제 나갈까 눈치 보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에너지는 닳아 없어집니다.
안타까운 건 그렇게 매일 달려도 좀처럼 실력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너무 우우 더뎌 무겁고 느린 몸뚱이가 짐스러울 지경입니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라는 책에선 단순히 반복하는 연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연습’이 중요하다 말합니다. 확실한 목표와 피드백 메커니즘을 가지고 사소한 기술도 반복적으로 익히는 형태의 연습을 말합니다. 이 문장을 읽는 데 왠지 가슴이 뜨끔합니다.
단순히 매일 달리는 것 말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달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가끔 나이키 런 클럽 앱에서 에이린 코치는 팬 케일 스피드나 마일 스피드, 셀 리브 레이팅 스피드를 지정하고 시간도 정합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안내를 들으며 달리는 것은 또 다른 제약이 됩니다.
저의 목표는 한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입니다. 마음껏 실컷 달리지 못해 답답함이 있을지라도, 오늘처럼 부슬 비가 내릴 때 달리면 개구쟁이가 됩니다. 땀과 빗물이 섞어 얼굴을 타고 흐르면 티셔츠 앞섶을 벌렁 들어 올려 닦습니다. 물웅덩이를 만나면 첨벙첨벙하고, 양손을 얼굴 앞에서 모아 손바닥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보기도 합니다. 솔잎에 방울방울 맺힌 물방울을 엄지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으로 눌러 깨뜨리기도 하고요.
오늘은 2킬로미터를 멈추지 않고 달렸습니다. 멈추지 않고 달린 최고 기록 즈음. 약 15분 정도 계속 달릴 수 있습니다. 더울 땐 지지부진했는데, 비가 오니 그래도 몸이 조금 가볍게 느껴집니다. 햇빛 아래 통구이가 되는 듯 뜨거운 여름에 흘린 땀 덕분일 것입니다.
시간이 충분히 있다면, 한 번에 90분 정도 운동할 수 있을 만큼 체력이 올라왔습니다. 달리기 50분, 요가 40분. 하루 15분 요가에도 근육이 부들부들 떨려 버거웠던 3년 전에 비하면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다고 느낍니다.
며칠 전, 한 번에 운동을 2~3시간 할 수 있는 분께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격리병동에 계셨다고요. 증상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 기사에 의하면, 코로나는 튼튼한 사람도 걸릴 수 있는 병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 번에 운동을 3시간 정도 할 수 있는 체력이라면, 혹시 재수 없게 코로나에 걸려도 무사히 넘길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하루 세 시간.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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