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경 Dec 15. 2021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킹의 글쓰기


  2020년 9월부터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서 아침에 글을 쓰고, 운동하는 리추얼을 함께 한다. 20명 정원으로 어떨 땐 신청자가 열 명 남짓 되기도 하고, 어떨 땐 매진이 되기도 한다. 이번 달엔 솔드아웃이었다. 4주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운동한 기록을 타임스탬프 앱으로 찍어 밴드에 올려 인증한다. 처음엔 그냥 혼자 하면 되지, 그걸 뭘 함께 하나 싶었다. 사람은 '함께' 성장한다. 비록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이라도 게으름이 이기려고 할 때,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게 된다.


새로운  달을 시작할  줌으로 킥오프 모임을 한다. 우린 모니터 앞에 앉아 자기소개와 함께   리추얼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동안 기대하는 변화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같은 목표를 갖고 만나지만 구성원에 따라  분위기가 . 이번엔 '글을 쓰고 싶다', ' 책을 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글쓰기'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자기 콘텐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뉠 거라고도 한다. 영상, 사진, 그림, 시각물,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고 근간은 글쓰기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할까.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많이 읽고 많이 쓰라 한다. '많이'의 기준이 궁금하다. 스티븐 킹은 일 년에 아무리 못 해도 70~80권을 읽고, 하루 2,000단어 이상 쓴다고 한다. 일 년은 52주니까 70~80권이면 일주일에 1.5권 정도를 읽는 셈이다. 2,000단어는 어느 정도일까. 매일 원고지 10장을 쓰는 '일간 정재경'이 약 500단어로 평균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2,000단어는 원고지 약 40매 분량이고, 현재 내 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적어도 여섯 시간쯤 소요될 것이다. 스티븐 킹에게 휴일 같은 건 없다.


매일 아침 원고지 10장으로 독자의 에너지를 충전해 드리고자 하는 '일간 정재경' 프로젝트의 시작엔 이 책이 있었다. 어떻게든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동기를 촉발하는 책은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유혹하는 글쓰기>를 함께 읽고 싶다. 지난 글들을 검색해 이 책을 추천한 적 있는지 확인했는데, 언급한 글만 있었다.


2020년 10월 9일 쓴 '고래 힘줄'이라는 글이었다. 작년 가을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호텔에서 쓴 글이다.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저녁을 먹고 다시 도서관에 갔던 모양이다. '저녁을 먹고 다시 왔을 때에도 공간을 홀로 점유했다.'라는 문장이 보인다. 목구멍에 사탕이 걸린 것 같다. '늦은 저녁 도서관엔 아무도 없었다.'로 바꾸고 싶다.


이런 문장도 있다. '얼른 의자를 꺼내고 앉아, 로이텀 포켓 사이즈 노란 노트를 편다. 사용한 페이지가 두툼하게 느껴진다. 작은 노트에 쓰니 페이지가 팍팍 넘어간다. 벌써 1/4 정도 사용했다. 이 노트에 아침 글쓰기 하는 장면을 노트북으로 찍어 업데이트했다.'. '얼른', '두툼하게', '팍팍', '벌써'에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스티븐 킹은 부사는 민들레 같아서, 글에서 자라기 시작하면 나중엔 손쓸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의자를 꺼내고 앉아 손바닥만 한 노란 노트를 펴 글을 쓴다. 이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했다.'로 줄이는 편이 낫다.


다른 단락의 글도 비슷하게 손발이 오글거린다. 어떻게든 돋보이고 싶은 자아가 드러나 '30분 전의 나를 칭찬'하고 있고, '향과 비주얼'을 평가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내 모습'이라고 쓰고 싶었던 것 같은데 '멀리 보이는 내 보습'이라고 쓴 오타도 보인다. 정수리 왼쪽에 쥐가 난다. 어떤 묘사를 하고 싶었던 걸까. 스티븐 킹은 '탁월한 묘사력은 후천적인 능력이므로, 많이 읽고 많이 쓰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라고 한다.


나아지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었는데 저 글을 보니 적어도 내년엔 올해보다 털끝만큼 낫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스티븐 킹도 지름길은 없다고 했다. 지금 쓰는 글들을 일 년 후 읽어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정재경 작가

매일 쓰는 사람

작가.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정화식물 200여 개와 함께 살며 실내 공기를 관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식물이 아낌없이 주는 산소와 초록 덕분에 삶이 달라졌다.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의 이로운 점을 글로, 강연으로, 방송으로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우리 집은 식물원』 등이 있다. http://naver.me/G2FCw42d


구독하기 : https://contents.premium.naver.com/crsh/ilgan/subscriptions/sps-tck-1000000436





작가의 이전글 식물과 함께 놀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