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가드닝 | 관습에 대한 질문
뭐 해서 먹고살지? 그걸 고민하게 된 이유는 엄마 덕분입니다. 저는 딸부잣집 맏딸로 태어나 엄마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랐습니다. 모든 딸들의 뮤즈가 엄마인 것처럼, 저에게도 엄마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나의 뮤즈, 우리 엄마는 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오직 엄마의 손으로 고만고만한 딸 넷을 키우고, 제사를 모시며 살림을 꾸렸습니다. 엄마에게는 정말 쉴 틈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안쓰러워 저는 어릴 적부터 많이 도왔습니다. 일곱 살 때 설에 쓸 만두를 빚으며 밤 12시가 넘어 상 앞에서 졸던 기억, 옥상에서 산더미 같은 빨래를 함께 널던 기억, 돈전을 빚고 동태살에 밀가루와 달걀물을 묻혀 기름에 부치던 장면들이 기억 속에서 빛바랜 사진처럼 툭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맏딸을 두고 '살림 밑천'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여자로 태어난 것, 그중에서도 맏딸로 태어난 것은 저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가는 곳마다 시집을 잘 가야 한다거나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식의 훈수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저의 역할과 쓸모를 정했습니다.
타의에 의해 결정된 삶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독립과 자유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그 두 가지가 훼손될 때, 삶은 억압으로 변합니다. 엄마의 수고 덕분에 저는 잘 자랐지만, 엄마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그렇게 사는 법과, 지금까지 그래왔다 해도 그렇게 살지 않는 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과거를 인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뒤집을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관습에 대해 ‘왜?’라고 질문을 던지고 행동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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