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빨간 모자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방 안에 넘실거렸다. 고요한 집 안에 울리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가 그녀를 깨웠다.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슬리퍼에 발을 넣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싸 쓸어내렸다. 머릿속으론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거래처와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옷장 문을 열고 매끈하게 다려 놓은 두유색 실크 블라우스와 감색 슈트 정장을 꺼내 입었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묶고, 메이크업을 간단하게 한 뒤, 진주 귀걸이를 했다. 책상 위 펼쳐둔 서류와 노트북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주방 식탁 위에는 아이들이 남겨둔 아침 식사 흔적이 있었다. 그녀는 식탁을 정리할까 잠깐 망설이다 시계를 확인하고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지났다. 차키 옆, 커피가 담긴 텀블러 아래 ‘오늘도 잘하고 와. 당신은 뭐든 잘할 거야’하는 쪽지를 읽으며 미소 짓는다.
그녀는 한 손에는 텀블러를, 노트북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섰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하늘이 맑고 파랬다. 숲에서 내려오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텀블러를 컵홀더에 꽂는데 툭하고 부딪혔다. “천천히, 침착하게.” 그녀가 낮고 평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녀는 핸들 위에 손을 올리고 숨을 고른다. 기어를 넣고 주차장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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