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빨간 모자
띵동 띵동.
“어, 누구지? 할머니, 누가 온 거 같아. 내가 나가볼게.”
대문 앞에 서서, 누구냐고 물으니, 사촌 오빠 승수였다. 문을 열어주며, 오빠가 이 시간에 우리 집엔 어쩐 일인지 물었다. 오빠는 엄마가 이제 병원에 와도 되겠다며, 윤정이를 데리고 오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윤정이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내팽개치듯 바닥에 내려놓았다.
“빨리 가자. 어떻게 가는 거야?”
“버스 타고 가야지.” 오빠가 말했다.
“어, 빨리 가자. 어서 앞장서 오빠.”
윤정이는 오랜만에 윤아를 만나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윤아는 배를 스물여덟 바늘이나 꿰맸으니 아무래도 누워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텔레비전 속 드라마에서 입원실을 본 적 있다. 새하얀 시트를 씌운 침대엔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누워 있었다. 얼굴은 핏기 없이 하얗고 입술은 버석버석 말라 있었다. 침대에 누운 환자역 배우는 눈을 감은 채 그 입술을 가까스로 움직여 들릴 듯 말 듯 가느다란 목소리를 뭔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윤아도 그럴까 봐 걱정이 되었다. 윤아도 그런 모습이라면 어떻게 하나. 어떤 표정으로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 고민되었다. 걱정하는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보단 환하게 웃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명랑하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윤아는 반드시 나을 거니까 지금 조금 힘들 뿐, 그렇게까지 슬픈 일도 아니었다.
윤정이는 자꾸 걸음이 빨라졌다. 종점에서 버스를 탔다. 정류장이 지날수록 버스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고층 건물과 한옥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1980년대 서울은 도시화와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지하철 공사 중인 길을 너머 고가도로를 지났다. 길 사이로 보이는 골목엔 시장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세종로를 지나며 보이는 광화문은 웅장했지만, 그 주변에는 아직도 낮은 건물들이 많았다. 버스 안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고, 차창 밖으로는 시장과 같은 번잡한 거리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윤정이는 오빠를 놓칠까 봐 손잡이를 잡고 곁눈질로 흘끔흘끔 보았다. 승수 오빠는 창밖을 보고 있다.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는데, 승수가 윤정이의 어깨를 톡톡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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