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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가 병원으로 떠난 날

소설 빨간 모자

by 정재경 식물인문학자 라이프리디자이너

윤아가 병원으로 떠난 날은 유난히 흐린 날이었다. 비가 올 듯 말 듯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고, 집안은 적막했다. 윤정이는 윤아가 이부자리에 누워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작은 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엄마는 윤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고, 집에서 윤아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웃음소리가 사라진 집은 텅 빈 곳처럼 느껴졌다.


윤아는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아프다는 말도 할 힘이 없었다. 엄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보며 손을 꼭 잡고 있었지만, 윤아는 그 손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다. 차창에 비친 윤아의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 땀이 맺혀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윤아는 곧바로 검사실로 들어갔다. 낯선 기계들과 하얀 벽이 둘러싸인 공간은 무섭고 차가웠다. 윤아는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배가 아픈 것보다도 이 상황이 두려웠다.


엄마가 곁에 있어도 불안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윤아는 그들의 목소리가 웅웅 거리는 소리로 멀게만 느껴졌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 윤아는 엄마의 손을 놓아야 했다. 엄마는 윤아 눈을 보며 “괜찮을 거야, 윤아야. 금방 끝날 거야.”라고 말했다. 윤아는 엄마의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윤아는 엄마에게 “엄마, 나 살 수 있는 거지?”라고 물었다. 엄마는 “그럼.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윤아는 엄마에게서 멀어지는 순간, 자신이 아주 작은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수술실의 밝은 조명 아래서 윤아는 눈을 감으며 속으로 기도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수술 후 깨어난 윤아는 몸이 무거웠다. 배에는 뭔가 단단하게 감겨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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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쓰는 사람. 10년간 식물 200개와 동거하며 얻은 생존 원리를 인간 삶에 적용, 식물인문학 기반 라이프 리디자인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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