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빨간 모자
엄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나무 도마에 칼이 부딪혀 내는 똑똑, 타닥타닥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소리였다.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와 집안 공기를 채운 밥 냄새. 윤지랑 윤서가 깰까 싶어 뒤꿈치를 세우고 살금살금 걸어 윤아가 있는 방에 갔다. 윤아는 병원에 다녀온 다음 누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일어났어? 뭐 도와줄까?”
윤아는 고개를 가만히 흔든다.
“물이라도 갖다 줄까?”
“응…….”
스테인리스 대접에 보리차를 따랐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느님, 윤아 꼭 낫게 해 주세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기도하며 물을 떴다. 윤아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물이 담긴 대접을 들어 물을 마시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도와줄까 물으니 괜찮다며 두 손으로 대접을 들었다.
방바닥부터 입술까지, 윤아가 그릇을 들고 팔을 움직이는 속도가 마치 바위를 든 크레인처럼 느릿했다. 택시 아저씨, 병원, 가발, 만원 버스가 생각나며 머릿속이 어지럽다.
엄마가 윤아 방으로 오다 내 모습을 보았다. 엄마는 윤아가 쉬게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다. 방에서 나오며 엄마에게 조용히 말씀드렸다.
“다음에 병원 갈 땐 가발 쓰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래, 모자를 찾아보자.”
윤아 방에서 윤서와 윤지가 어떻게 했는지 윤아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남대문 시장에서 모자 두 개를 사 오셨다. 한 개는 챙이 있는 검은색 모직 모자였다. 표면의 질감이 거슬거슬해 걱정이었는데, 피부와 닿는 쪽으론 안감이 대어져 있었다. 윤아는 머리에 썼다가 조용히 벗어 비닐봉지 곁에 내려놓았다.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머지 한 개의 봉투에서 모자를 꺼낸다. 이글루처럼 봉긋한 반원 형태의 모자가 나왔다. 모자 가장자리엔 훌라후프처럼 동그란 원형 밴드가 둘러져 있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앵두 색 벨벳 모자였다.
“우와! 공주님 모자다!”
“윤아야, 이 모자 너무 예쁘다, 한 번 써 봐!”
모자가 윤아에게 너무 잘 어울렸다. 앵두 색 덕분인지 얼굴도 밝아 보였다.
“이 모자는 아프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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