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체류자에겐 이런 숙소가 제격입니다
제가 어제 방콕의 오성급 호텔들을 소개해 드렸어요. 살다 보니 제가 오성급 호텔을 소개하는 날이 다 오네요. 최저가 숙소에서 빈대와 동거하던 제가, 원래의 접니다. 오성급 호텔 말고, 저렴한 호텔 좀 소개해 달라는 분들이 계셔서요. 사실 방콕에 머물면서, 딱히 숙소에 머물 일이 없어요. 신흥강자, 시설 빠방한 신상 숙소들을 잘 모른다는 거죠. 그래도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알려드릴게요. 최신 숙소 정보로 오해하시면 아니되옵니다.
1. 내 방콕 여행의 시작, 반 딘소(Baan Dinso)
반 딘소 1과 반 딘소 2가 있어요. 반 딘소 2도 흠잡을 데 없지만, 반 딘소 1을 추천합니다. 태국 전통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숙소예요. 복도를 걸으면 삐걱삐걱 소리도 나고요. 타임머신을 타고, 백 년 전에 통반장 정도 했을 집에 머무는 기분이에요. 이 숙소는 조식이 유명해요. 큰 쟁반 가득 먹을 걸 채워서 내와요. 그걸 작은 앞마당에서 먹는데, 꼭 고양이 한두 마리가 찾아오더라고요. 방은 깨끗하지만 작아요. 공동 샤워실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고요. 태국의 우아한 옛 중산층 가정을 느끼고 싶다면 강추합니다. 사실 이런 게 여행 아니겠어요? 반 딘소 1은 경쟁도 치열하고, 성수기 때는 빈방도 잘 안 나와요. 카오산로드에서 안 멀고, 주위에 맛집도 많아요. 이게 진짜 방콕이지. 그런 느낌이 저절로 드는 숙소예요.
2. 요즘 호스텔은 왜 이리 좋을까? 포쉬 호스텔 The posh payathai
이모 딸, 그러니까 이종사촌 동생이 여기서 묵었어요. 요즘 친구들 정보력이 얼마나 월등한가요? 우리 때랑 다르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더군요. 구경만 하러 갔는데, 깜짝 놀랐어요. 너무 예뻐서요. 실내가 유명한 카페나 식당이라고 해도 믿겠더라고요. 당구대까지 있더라니까요. 위치는 오성급 호텔도 절대 못 따라와요. 공항철도 파야타이 역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해요. 방콕 첫날이나, 마지막 날엔 꼭 이곳에서 묵으세요. 공항철도 타고 공항까지 쾌적하고, 쉽게 가시라고요. 도미토리는 2만 원 안팎. 둘이 잘 수 있는 방은 삼만 원 정도니까 가성비도 괜찮죠. 더 싼 곳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위치, 시설, 깨끗함을 고려하면 최고라고 확신해요. 낮에 열심히 돌아다니고, 방에서는 잠만 자는 행동파 여행자에겐 이만한 곳 없습니다.
3. 가성비의 끝판왕 센터 포인트 호텔 center point sukhumvit 10
요즘 코로나로 호텔들이 말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센터 포인트 수쿰빗 10에서 삼만 원에 묵었어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죠. 성수기 때는 당연히 비싸지겠죠. 그래도 가성비로는 늘 칭찬받는 곳이에요. 비슷한 가격대의 호텔들에 비해서 제공하는 편의 시설이 많아요. 세탁기도 있고, 발코니도 있고, 욕조도 있어요. 전용 카트로(이건 대부분의 호텔에 제공하는 서비스이기는 하지만요)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고요. 여럿이 올 경우엔, 이만한 호텔은 드물어요. 방 세 개짜리까지 있거든요. 방 크기, 경치, 위치, 가격, 편의시설을 고려하면 거의 단체 여행자에겐 백 점 만점 숙소예요. 수쿰빗 말고, 통러에도 있더라고요. 통러에 있는 게 더 새 거예요. 통러는 방콕의 청담동 같은 곳이고, 수쿰빗은 종로 정도 생각하시면 돼요. 조금은 조용하게, 우아한 카페 탐험을 생각하고 게신다면 통러가 더 낫겠네요.
4. 지인의 인생 숙소를 소개합니다 villa phra sumen bangkok
칭찬에 인색한 친구가 강력 추천했던 숙소. 숙소가 정말 예뻐요. 그냥 예쁜 게 아니라, 태국의 전통미를 적절하게 활용한 부티크 호텔이에요. 그런데 가격까지 괜찮아요. 지금 가격은 2,3만 원 대지만 당연히 여행이 풀리면 5,6만 원대 이상으로 올라가겠죠. 그래도 무조건 찜하세요. 보는 눈은 다 비슷해서, 성수기가 돼도 방이 남아있을까 싶기는 하네요. 잔디가 깔린 아담한 정원과 수영장, 우아한 식당 공간까지 뭐 하나 버릴 게 없어요. 후기를 보니까 친절함도 최상급 수준이더라고요. 카오산로드에서 가까워요. 카오산 로드 특유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재즈를 듣고,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저렴한 마사지를 받고요. 그런 카오산의 분위기에 흠뻑 젖은 후에, 너무나 예쁜 숙소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거죠. 그런 여행이 취향인 사람에게는 인생 숙소가 될 수도 있겠어요.
5. 묵어 보지 않았지만, 정말 좋은 호텔임이 확실해요 - 반 카치판(Baan Kachitpan)
숙소를 정할 때는 평점을 먼저 보세요. 구글맵이랑 숙소 어플(아고다, 부킹닷컴) 같은 거요. 참여한 사람들 숫자도 중요해요. 열명 정도가 참여한 점수면, 주인이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서 조작한 점수일 확률이 높아요. 카오산로드에 이렇게 괜찮은 숙소가 있었네요. 가격도 이삼만 원대에, 숙소에서 제공하는 음식도 칭찬 일색이에요. 단 숙소 입구가 좀 으슥해서 여자 혼자라면, 생각해 보셔야 할 거예요. 사실 여행은 숙소 비중이 절반이죠. 방 깨끗하고, 주인 친절하고, 음식 맛있고, 공용 공간 예쁘면 최고죠. 가격까지 착하면 눌러살아야죠. 그렇게 숙소 때문에 눌러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평범한 삶이 장기 여행자로 돌변하는데는 숙소 역할도 무시 못하죠. 그런 운명적인 숙소 중 하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친구들 방콕 온다고 하면, 추천해 줘야겠어요. 슬픈 건 친구들도 나이 먹었다고, 호텔에서만 자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자보고 후기 남기겠습니다.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