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글쟁이로만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진짜 유튜버가 되고 싶습니다만

by 박민우
glenn-carstens-peters-npxXWgQ33ZQ-unsplash.jpg

제가 매일 글을 써요. 그것도 두 개나 써요. 유료 독자를 위해서 쓰는 글과, 모두에게 공개되는 글. 이렇게 둘이요. 다른 걸 시작할 엄두가 안 나요. 시간이 나야 말이죠. 밥 먹고, 운동 조금 하고, 글 쓰면 잘 시간이에요. 여러분들도 제가 게으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죠?


가장 큰 불만은 유튜브 내 채널을 손 놓고 있다는 거예요. 매일 굿모닝 인사를 올리고는 있어요. 옥상에서 일출 보면서, 하루의 덕담을 전하죠. 그거 말고요. 저의 진짜 이야기를 올려야 하는데, 손도 못 대고 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생각이 많아서예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콘텐츠가 너무 수준이 높아요. 장비도 없고, 혼자서 편집해야 해요. 편집 프로그램도 스마트폰 용 키네마스터 하나만 써요. 그러면서도, 잘 빠진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해요. 남들은 애플 컴퓨터 붙잡고, 밤을 새우면서 있는 효과, 없는 효과 다 넣어서 만드는데요. 밤잠을 포기하고 매달리거나, 프로 편집인을 모셔와야죠. 아니면 머릿속의 욕심은 잠시 내려두고, 대충 만들든가요. 대충 만들어서 올린 게 몇 개 있어요. 보는데 화가 나는 거예요. 올리고 다시 안 봐요. 보기 싫어서요.


두 번째 이유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요. 영상을 찍고, 편집할 시간이 아무리 쥐어짜도 안 나요. 그런데 이건 확실히 핑계 같아요. 영화도 다운 받아서 보고, 지난 드라마도 보면서 편집할 시간이 왜 안 난다는 건가요?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열정이죠.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게 재밌어서 미치겠다. 이런 자발적인 열정이나, 이게 나를 먹여 살릴 것이다. 현실적인 비전을 보며 매달리는 열정이요. 다시 저에게 물어봐요.


-유튜브로 돈을 벌고 싶니?

- 네, 벌고 싶어요.

-많이 벌고 싶니?

-아니요. 많이는 말고요. 대형 채널이 되면, 별의별 쓰레기 댓글이 난무할 텐데, 그꼴 보기 싫어요.

-돈 문제 말고는 또? 왜 유튜버가 되고 싶은데?

-세상에 없는 재미를 주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말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외국(태국 방콕)에 있어요. 코로나로 여행 욕구는, 다들 폭발 직전이에요. 그 사람들에게 진짜 여행을 알려주고 싶어요. 촬영과 편집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저를 이렇게 괴롭힐 줄 몰랐어요. 식당에서 카메라 고정하고, 먹방을 찍어 봤어요. 너무 민폐더라고요. 미친놈처럼 떠드는 걸, 재밌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왜 없겠어요? 사람들 많은 곳에서 셀카봉 들고 말 좀 하다가, 차에 치일 뻔 한적도 있어요. 태국 사람 화 잘 안 내는데, 욕 한 사발 거하게 먹었죠. 움츠러들더라고요. 내가 누군가에게 반가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만, 과정이 민폐면 의미가 없어요. 하고 싶지도 않아요. 자막 다는 것도 그렇게나 귀찮더라고요. 힘들게 자막 달고 어찌어찌 올렸더니


-형, 음악도 깔아 주세요.


이 말 한마디에 딱 정이 떨어지는 거예요. 아는 동생이 형 잘 되라고 해준 조언인데, 만사가 싫은 거예요. 즉, 과정을 즐기지 못했다는 반증이죠. 내내 지긋지긋해하며 편집을 하고, 허겁지겁 올리고, 멘털이 나가버린 거예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하던 거를 계속하는 건, 그나마 쉬워요. 전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면, 초반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요. 궤도가 바뀌는 일이니까요.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새로운 궤도에서 움직이는 거니까요. 하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반복되는 몇 가지는 만만해져요. 익숙해진 후엔, 사실 또 별 거 아닌 게 돼요. 그 시간까지 이를 악물어야죠. 그렇게까지 이를 악물면서 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거기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이에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 그 욕망이 진심이라면, 진심인 데다가 뜨겁다면 저는 해내겠죠. 뜨뜻미지근하면, 깔짝깔짝대다가 포기할 거고요.


새로운 도전은 젊은이들에게 어울려요. 이거 아니면 미래는 없다. 죽자살자 매달리는 사람에게 어울려요. 청춘의 호르몬으로, 모든 사물이 설레는 젊음에게 딱이에요. 한국 나이로 마흔아홉, 나는 새로운 일을 하기에 충분히 젊은가? 젊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들의 나이는,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나이와는 다르니까요. 그런데도 자꾸만, 부모님 세대의 눈으로 내 나이를 읽으려고 해요. 하던 것만 계속하면서,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유혹이 제 발목을 잡아요. 아예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무에서 시작하고 싶어요.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해요. 나라는 비행기가 뒤뚱뒤뚱 착륙을 했으니, 활주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비행장 구석탱이에 멈춰서 쉬고 싶어요. 불안한 비행은 꿈도 꾸지 않으면서요.


왜 이런 글을 쓰냐고요? 이 글이 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어렵지만, 막막하지만, 누구도 하라고 들들 볶지 않지만 하고 싶어요. 해보고 싶어요. 정해진 수명에서 다시 태어나는 방법은, 불안을 사는 것밖에 없어요. 숨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지점까지 저를 몰아붙이고 싶어요. 유튜브를 이제는 제대로 좀 해보고 싶다. 이 말을 이렇게 길게 썼네요. 응원해 주세요. 세상에 꼭 필요한 무언가가 나올 수 있도록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내가 가진 고민이, 나만을 위한 고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내가 쓰는 글이, 나만을 위한 끄적임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발버둥이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결국 이해되는 그날이 올 거라 믿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발버둥 쳐보겠습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베트남이란 나라를 어떻게 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