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면서요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분명 서른 개의 날들일 텐데
대여섯 개의 날처럼 가파르게 흘러요.
저는 매일 글을 쓰고, 그 글을 판매하는 이상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돈을 내고, 제 글을 보시는 분들도 어쩌면 이상한 사람일 수가 있겠네요.
매일 쓸 게 있나?
처음엔 그 고민이 가장 컸죠.
지금은 그런 고민은 안 해요.
사치스러우니까요.
저는 저의 삶을 살아내야 하니까요.
몰입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과연 12,000원을 내고도 아깝지 않은 글을 쓰고 있나?
그런 의심을 스스로도 자주 해요.
솔직해지자면, 저는 돈 내고 타인의 글 안 사볼 것 같아요.
가난하기도 하고, 저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요.
그러니 저는 얼마나 불안한 감정을 넘나들며 글을 쓰겠어요?
저는 불안이고, 의심이고, 몰입이고, 발버둥이고
그리고
한 권의 책입니다.
매일 저를 읽어 주시겠어요?
가장 큰 힘이 되는 분들은 선입금 독자들이죠.
제가 중간에 그만둘까 봐 겁이 나신대요.
그래서 그냥 1년 치를 입금하세요.
그러니 저는 그만둘 수도 없어요.
저는 저를 의심하고, 독자들은 저를 확신해요.
덕분에 밝아지고, 확신의 근처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보통 십 퍼센트 정도는 재구독을 하지 않으세요.
바쁘시기도 하고, 제 글이 성에 안 찬 분들이겠죠.
그 십 퍼센트가 저에겐 큰 스승입니다.
백 프로 모두가 재구독을 하는 게 사실은 더 기괴하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막막한 불가능을 목표로 뚜벅뚜벅 써내려 가요.
아, 2월 20일에 무려 이십만 원짜리 호텔을 예약했지 뭡니까?
참나, 어제 카드값 이체하고 45만 원 남았거든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이 저 맞아요.
제 글을 받아 보시는 분들께, 특별한 세상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세상을 조금은 동화처럼, 만화처럼, 약간은 위태롭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살아도 살아지는 사람 한 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1월 31일 밤 열두 시에 마감입니다.
계좌(한국 씨티 은행 372-19560-260)로 입금하시고, 댓글로 혹은 이메일(modiano99@naver.com)로 성함과 이메일 주소 알려 주시면 됩니다.
우리에겐 2월이 봄일 수 있어요.
제가 따뜻한 온기를, 방콕에서 열심히 퍼 나를 테니까요.
그럼 2월에 뵙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미리 반갑습니다.
PS 어떤 글들이 배달되는지 궁금하시죠? 1월 1일에 배달했던 글을 올립니다. 오늘은 이 글로, 매일 쓰는 글을 대체합니다. 꾸벅
썼던 글을 다시 지웠어요. 1월 1일이니까요. 새날에 어울리는 글을 쓰고 싶어졌어요. 작년의 오늘은 어땠더라? 아, 그때 전 부모님과 태국 빠이에 있었어요. 치앙마이에서 버스로 세 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해요. 숙소에서 뛰쳐나왔어요. 담배 한 대가 간절했죠. 담배를 끊은 지 십 년도 넘었는데, 꼭 한 대 피워야겠더라고요.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시골길을 무작정 걸었어요. 겁도 마음 한가할 때나 나는 거죠. 과연 내가 부모님과 왜 이곳에 왔나? 후회막급한 시간이었어요. 아버지는 여행이 안 맞는 분이었어요. 이런 곳을 왜 오라고 했냐? 여기가 뭐가 대단하다는 거냐? 이걸 먹으라는 거냐? 사사건건 딴지를 거셨어요. 에이, 그래도 속 마음은 안 그러시겠지. 웃고 말았어요. 새로 방을 옮긴 날이었어요. 영국 여자가 운영하는 에어비엔비였는데, 너무 서양인 취향이었어요. 부분 조명만 쓰는 어두운 방. 잠시 침대에서 눈을 붙이셨는데, 모기에 물린 거예요. 방도 마음에 안 드는데, 모기까지 물리다니.
-어떻게 이런 방에서 자라는 거야? 네가 여행사를 했으면 이건 고소감이야. 알아? 에이 짜증 나서
-아버지는 여행을 하시면 안 되는 분이네요.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같이 여행 오자고 하지 않을게요.
저도 쏘아붙이고 일단 나왔어요.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그러면 쓰냐며 저를 나무라셨고요. 저 효자 아니에요. 부모님 모시고 한 달 여행을 아무나 하나? 좋게 봐주시는 분이 많다는 거 알아요. 내 만족을 위해서예요.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면 미안하다, 사랑한다. 통곡하는 '그때만 효자'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여력이 닿는 대로 추억을 적립하자. 마지막 이별의 순간엔 좀 가벼워지자. 웃으며 보내 드리자. 작은 삶의 목표였어요. 저를 나무라는 어머니까지 보기 싫은 거예요. 저보고 뭘 어쩌라는 걸까요? 일방적인 언어폭력에 잘못했다고 비는 것만 자식 된 도리인 걸까요? 앞으로 남은 날들은 어쩌죠? 일주일이 딱 좋았어요. 되지도 않는 한 달 살기가 다 뭔가요? 으스스한 밤길을 한 시간 이상 걸어서 카페에 앉았어요. 폭죽이 빵빵 터지더군요. 12월 31일이니까요. 밤의 하늘이 불꽃으로 예쁘게 피어오르더군요. 그 뜻깊은 순간에 저는 약간의 눈물까지 흘려요. 어차피 다시 방으로 돌아가야 해요. 노부부가 얼마나 불안해하실까요? 제정신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일어서요. 빠이의 굽이굽이 골목길을 아무런 공포도 없이 걸어요. 어머니, 아버지와 남은 여행 일정이 훨씬 더 무서웠으니까요.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숨이 턱 막혀요. 지난 일이라고 해서, 다 용서되고, 누그러지는 거 아니더라고요. 결국 제가 잘못했다 빌었어요. 말만 그렇게 했어요. 이상하게 아버지랑은 눈 마주치기가 싫더라고요. 차라리 여행을 안 왔다면, 밑바닥까지 보일 일은 없었을 텐데. 그런 후회가 밀려드는 밤이었어요. 우라질놈의 폭죽은 새벽 두 시까지 터뜨리더라고요. 한 방에서 우린 불평 한 마디 안 하고, 침만 꼴깍 삼키며 잠든 척을 해야 했어요. 그렇게 뛰쳐나간 아들 때문에, 아버지도 면목이 없으셨던 거죠. 평생 최악의 12월 31일이었어요. 작년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누가 알았을까요? 코로나로 모든 여행이 다 막혀버릴 줄을요. 불평이 하늘을 찌르던 아버지가 모든 친구들의 부러움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어머니, 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베트남 달랏을 다녀왔어요. 제게 주는 선물이었어요. 달랏이 그렇게나 아름다울 줄이야.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직전, 아슬아슬, 최고의 타이밍이었음을 이제야 알아요. 작년 오늘 가장 불행했던 한 남자는, 그 불행이 이유가 되어 최고의 여행 선물을 받아냈어요.
엎치락뒤치락,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만, 큰 그림은 나중에야 이해가 돼요. 죽을 때가 되어서야 이해되는 가장 큰 그림은 짐작조차 할 수 없고요. 지금 답답하신가요? 답답해하세요. 행복하신가요? 무조건 행복해하세요. 그리고 더 큰 그림이 있음을 믿으세요. 그 그림을 기다리세요. 훨씬 더 극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어가고 있음을 확신하세요. 지금 나의 글이 여러분에게 닿는 이 순간이 우연이기만 할까요? 큰 그림의 스케치가 아닐까요? 여러분은 분명 기록할 것이고, 쓰게 될 거예요. 저는 군불을 지피며, 여러분을 덥히는 난로인 거고요. 우리의 세상은 '글'의 온기로 연결되어 있어요. 하나의 그림을 같이 그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은 이유 없이 행복해하셔도 돼요. 이미 대단해진 무언가를 이루고 있는 중이니까요.
PS 여러분이 제게 주시는 메일은 열심히, 소중히 잘 읽고 있어요. 답메일을 못 드리는 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는 일 없이 이리 바쁜 척이네요. 2021년 여러분까지 설레는 엉뚱한 일들을 도모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