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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an 29. 2021

왜 주입식 교육을 받았는데 창의적이지?

한국 문화 콘텐츠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제가 73년생인데, 재수를 했어요.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였죠. 학력고사만 두 번을 봤어요. 제가 창의적이라는 건 아니고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 리니지 게임을 만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카카오톡을 개발한 김범수, 현대 자동차 정의선 대표를 보세요. 자동차 회사 사장이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지 않냐고요? 요즘 현대 자동차 디자인 보세요. 디자인만 보면 제네시스가 BMW나 벤츠보다 월등하던데요? 람보르기니나 마세라티처럼 슈퍼 럭셔리카 빼고, 현대보다 디자인이 뛰어난 회사가 있나요? 지금 출시된 차 디자인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겠어요? 애플이 괜히 현대 자동차에 구애를 한 거겠어요? 전기차 분야에서도,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죠. 광고조차 감각적이더군요. 옛날의 그 현대자동차가 아니에요. 학력고사 세대가 지금 한류 문화의 중심인 건 부정할 수가 없어요. 학력고사가 왜 폐지됐던가요? 점수로 줄 세우기는 미래의 인재를 배출해낼 수 없다가 가장 큰 이유였죠. 달달달 암기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대부분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능이 생기고, 다양한 창의적 체험 활동을 장려했죠. 


공부로 아이들을 들볶는 건 잔인하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게 스스로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게, 교육의 방향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그거와 별개로, 자유주의 학습법이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열쇠가 맞나요?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서, 학력고사 세대가 자유로운 교육을 받았으면 더 창의적인 인재가 됐을까요? 지금의 아이들이 삼사십 대가 되면, 더 강력한 문화 강국이 될 수도 있을까요? 보통 유럽이나 이스라엘의 교육을 찬양하고, 많이들 참고하죠. 예전엔 일본이었고요. 그렇다면 핀란드나 이스라엘 아이들이 미래의 인재상인가요? 교육이야말로 일희일비하면 안 되죠. 효과는 십 년, 이십 년 지나야 나오는 거니까요. 적어도 문화 콘텐츠에서 만큼은, 지금쯤 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유럽이나 이스라엘의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노래들이 유의미하게 성과를 올리고 있나요? 미국은 또 어떤가요? 할리우드 영화에서 소름 돋는 감동을 최근에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대부분 마블이나 디즈니 히트작의 속편, 스핀오프, 만화 영화의 실사화. 우려먹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나요? 분명히 한국보다 창의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을 텐데요. 그 성과는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교육이 주가 아닐 수도 있죠. 특유의 압박감이 사유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걸 수도 있어요. 세계 2차 대전을 겪었던 세대들의 소설들이 불후의 명작이 됐듯이요.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저력은 뭐였을까요? 인문계 고등학교에 붙는 것조차, 반에서 중간은 해야 했던 피 튀기는 경쟁일까요? 도시락도 싸갈 형편이 안 돼서 수돗가에서 수돗물을 퍼마시고, 술병을 집어던지는 망나니 아버지가 출세욕을 자극했을까요? 내가 무너지면,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다. 존재를 걸고, 이를 악물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무사한 일상을 의심하며 거대한 독재정권과 싸워가며 이룬 사유의 힘이었을까요? 


저는 경쟁을 미화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경쟁의 끝엔 괴물들도 나오는 법이니까요. 공감능력은 사라지고, 오로지 승자의 광기만 사로잡힌 괴물들이요. 하지만 미래 교육의 담론이 좀 더 실용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자유로운 교육이 창의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고가 훨씬 더 일차원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이들에게 건강한 방식으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뭐가 있을까요? 그런 고민을 해보자는 거죠. 모두가 창의적이고, 모두가 불후의 명작을 쓸 필요는 없어요. 단, 그런 욕심이 있는 아이들에겐 길을 만들어 줄 필요는 있죠. 베이비붐 세대의 성과에서 빼먹을 수 있는 과실은 뭐가 있나? 그런 연구는 있어야 한다고 봐요. 천재를 배양할 수 있는 기름진 땅은, 기성세대의 배려로 이루어질 수 있는 거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쫓기는 글이 아닌, 스며나오는 글을 쓰고 싶어요. 내가 글이 되면 돼요. 뭔 소리인가 싶지만, 그게 답이죠. 전달자로서 늘 저를 깨끗이 닦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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