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이 창궐하는 병, 태도에 관하여
누가 알았겠어요? 길어야 1년이면 끝나겠지. 백신이다, 치료제다. 희망적인 뉴스로 들뜨게 해 놓고요. 2021년도 코로나와 살아야 한대요. 그것도 백신이 제대로 효과를 봐서 집단 면역이 됐을 때 얘기죠. 온갖 변종들까지 활개를 치면, 2022년도 장담 못하죠. 과연 우리는 견딜 수 있을까요? 지금도 창살 없는 감옥인데, 1년에서 2년, 2년에서 3년으로 '징역형'이 늘어만 난다면요. 올해는 코로나와 끝까지 갈 것 같아요. 아주아주 운이 좋으면, 연말에 백신으로 집단 면역이 생길 테고요.
2020년을 되돌아 봐요. 강 건너 불이, 실제로 강을 건너 번지기도 한다는 걸 알았어요. 중국에서 창궐할 때는, 그냥 뉴스였죠.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였어요. 저런 끔찍한 일도 일어나는구나. 솔직히 중국이 망할 줄 알았어요. 모든 걸 꽁꽁 숨기는 중국 정부는 이제 끝장나겠구나. 저의 예측은 참 보잘것없더군요. 중국 정부는 멀쩡해요. 그렇게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질 줄은 정말, 정말 몰랐어요. 개인적으로 중국 정부에 호감은 없지만, 코로나를 막아낸 건 어이없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백 프로 막았다고는 생각 안 해요. 병이 시작된 원죄의 나라여서,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그거와 별개로, 어마어마한 인구와, 역대급 전염 속도의 바이러스를 어떻게든 틀어먹은 행정력은 놀라워요. 개개인의 자유를 옭아매야 나오는 성적표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지금의 자유를 이끌어낸 것도 사실이니까요. 중국은 결코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 못하겠어요. 14억 인구만으로도 경기가 굴러가는 중국이 코로나 시대 무섭게 치고 올라갈 거예요. 그게 우리나라에겐 큰 위협이 되겠죠.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테고요. 중국을 혐오하거나, 우습게 보는 건 실익이 없다고 봐요. 오히려 조금은 두려운 눈으로, 그들의 성장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요즘 태국에서 문전박대를 몇 번 당했어요. 한 번은 호텔에서, 한 번은 식당에서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요. 태국이 지금까지 코로나에 선방한 건, 태국 국민들이 겁이 많아서예요. 태국 사람들은 코로나가 암과 동급의 병이라고 생각해요. 연예인이 감염됐는데, 펑펑 울더라고요. 곧 죽을 것처럼요. 마스크 잠깐 벗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재빨리 다시 써요. 확진자가 0명일 때는, 대충 쓰고 다니다가 요즘 다시 엄격해졌어요.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거든요. 호텔에서 외국인은 신고를 해야 한다며, 안 받아주는 거예요. 아니, 제가 여기저기 호텔에서 안 묵어 봤겠어요? 그냥 호텔 주인은 외국인이 찜찜했던 거죠. 식당에서도 입장을 아예 못하게 하더군요. 문을 안에서 열게 해 놨더라고요. 제가 어머니랑 잠시 한국말로 통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눈이 동그래지는 거예요. 안에서 못 먹는다는 거예요. 홀 손님을 안 받으면, 조명은 왜 켜놨겠어요? 거짓말인 거죠. 동네 장사인데도, 그렇게 까칠하더라고요. 코로나로 모든 타인은 잠재적 숙주가 됐어요. 그렇게나 친절한 태국인들이, 타인에 대한 경계가 뚜렷해졌어요. 고립의 세상이, 전 세계로 확산 중인 거죠.
백신이 나왔으니, 백신만 맞으면 끝나겠구나. 제가 순진했나 봐요. 부작용이 무서워서 나는 못 맞겠다. 유럽을 중심으로,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요. 저는 오버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사람들이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해요. 숫자가 얼마든, 의료진까지 사망하는 마당에 가볍게 볼 일은 아니죠. 백신 주사를 가장 빨리, 대규로 맞고 있는 이스라엘은 되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어요. 이건 또 뭔가요? 그래도 코로나로 죽는 것보다는 낫다. 사람 몇 명 죽는 건 감수해야 한다. 희망을 걸 수 있는 건 백신뿐이니까요.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든 나라들이 사활을 걸고 있어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종은 백신이 안 먹힌다는 말까지 나와요. 새로운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뉴스는 또 뭔가요? 기존 백신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건가요? 제가 왜 이런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냐고요? 정신이 하나도 없으시죠?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감도 안 잡히시죠? 작년에 여러분은 코로나가 지금처럼 흘러갈 거라 예상하셨나요? 대부분은 틀리셨죠? 예측과 걱정이 참 쓸모없는 한해였여요. 2021년도는 분석하지 말자고요. 저처럼 뉴스를 보며, 온갖 정보에 휘둘리지 마시라고요. 코로나는 쉽게 잡히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매일 십 분이라도 명상을 하세요. 자신을 돌아보는 게, 세상 뉴스에 기웃거리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니까요.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는 개인 삶에 얼마나 유용한가요?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질문이죠. 정보를 알면 알수록 대비가 되나요? 내 정신 건강에는 이로울까요? 나 자신이 기본적인 방역을 실천하고 있다면, 이젠 그냥 살아봐요. 그게 가장 잘 사는 게 아닐까요? 스포츠 경기를 보듯, 코로나의 종식 여부에 골몰하는 동안, 누군가는 자신의 성장에 투자할 거예요. 모두가 혼란스러워만 하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비밀스럽게 실속을 챙겨요. 코로나가 끝나면, 그런 사람들이 진정한 실력자가 되어 있겠죠. 휩쓸리지 않는 삶이 어렵지만, 그게 정답에는 더 가까울 거예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내 안에서 주절대는 것들을 글로 옮겨요. 제가 좋은 사람이면, 좋은 글이 나오겠죠.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