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이 30% 늘어난 하루

궁금한 부자의 하루는 이런 것

by 박민우

가장 두려운 건, 너무 많은 걸 가졌지만, 너무 늦게 깨닫는 것


치앙마이다. 여행이다. 여행을 가졌다.

전 재산이 65만 원에서, 95만 원으로 늘었다.

95만 원을 가졌다.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의 하루를, 나를 찬찬히 관찰하겠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소재다.


자이언트 트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aroy garden이라는 식당에 들렀다.

구글 평점 5점 만점에 4.5점이다. 85명이 준 점수다.

일부러 멈추지 않으면

모두가 그냥 지나쳐야 마땅한

예를 들면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떠오르는(좀 심했나?)

그냥 찻길 사거리 식당이다.


거기에 4.5점 식당이 있어?


"좌회전요."


태국 형님이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직전을 했다.


"좌회전이라고요. 좌회전!"


내 목소리가 확실히 커졌고, 짜증도 진심이 가득했다.

앞으로 돈을 쓸 사람이다.

돈이 있으면 공격적인 사람이 된다.

아니 공격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Aroy garden은 놀랍게도 독일 식당이었다.

정통 독일 소시지가 종류별로 있었다.

모둠 소시지 대자(큰 거), 굴라쉬(이런 시골 깡촌에서 굴라쉬라니), 쇠고기 커리, 망고 샐러드, 밥, 코코넛 주스를 시켰다.


"너무 많지 않을까?"

"뭐가 많아요."


내가 사는 거요. 먹고 죽으셔.


나는 체한 상태다. 소화제를 먹거나, 손발을 다 따거나, 응급실에 실려가서 배를 따겠다.


이 한 끼로 내 굴욕이 보상된다.


소시지와 쇠고기 커리의 맛은, 음!


맨해튼 록펠러 센터 1층에 열었어야지.


미슐렝 가이드 입 짧은 노인네들이 별 하나? 별 둘?

결국 하나를 줬겠지만, 둘도 줄 수 있는 맛이다.


치앙마이에서도 한참 들어간 깡촌에 어엿한 독일 식당이 있다.

대부분 독일 손님이다. 50대? 60대?

태국인 아내들과 함께다.

한 커플은 여자가 젊다.

다른 커플은 비슷한 연령대다.

사장님인 독일 남자도 그 정도 연배다.



젊은 여자나 끼고 살려고 몸부림을 치시네요.


어릴 적 나는 동양의 어린 여자와 나이 든 서양 남자 커플이 더러워 보였다.


더러워?


누군가의 삶이, 더러워?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다.

우린 그럴 자격이 없다.

아니 뭐라도 하라.

우리가 배울 건 그것뿐!

뭐라도 하라.

미움이 안니라면,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뭐라도 하라.

이런 사랑, 저런 사랑

이런 늙음, 저런 늙음


그냥 뭐라도 하라.


독일인 사장은 테이블마다 돌면서 맛이 어떠냐고 묻는다.


손님과 사장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안부를 묻고

손님 아기의 이름을 기억한다.


독일에는 없는 독일 식당이다.


뭐라도 했더니


이 깡촌에 작은 식당이 생기고

두렵지 않은 늙음이 됐다.


제기랄, 그리고 나는 더, 더 체했다.

그러게, 허겁지겁 퍼먹더니.


내가 돈을 내는 그 순간만 생각했다.


나는 돈을 냈고

나는 몇 번 더 짜증을 낼 참이다.


태국 K뱅크 현금 인출기로 10,000밧(370,000원)을 인출했다.

수수료 5,720원이.

와, 이 쓰레기 날강도들아.

얼굴이 벌게지고, 체한 속이 더 가빠졌다.


"저녁은 도저히 못 먹겠어요."


저녁은 굶었다.

밤새 뒤척였다.

잠이 안 와서 형님이 떠나고 나면 묵어야 할 호텔을 검색했다.


하루에 십만 원짜리 호텔에서 자겠어.

총 삼십만 원에 부가세가 붙어서 삼십삼만 원이 됐다.

미쳤어?

다시 찾았다.

8만 원짜리 숙소였다.

아슬아슬하게 매진, 방이 없었다.

매진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5만 원이 안 되는 방을 골랐다.

심장이 벌렁대지만, 후회도 되지만, 약간은 내가 멋져졌다.


나는 성장했다.


8년 전 3천 원 도미토리에서 한 달을 지냈다.

15배 성장한 모습이다.


천하의 부자가 되어

왕고구마가 명치에서 뿌리를 내리는 느낌을 즐기며

밤새 뒤척였다.

부자가 되니, 확실히 짜증이 늘고

가고 싶은 곳이 줄어든다.

갈 수 있으니

가고 싶어 지지 않는다.


돈이 생기니 몸이 아프고

돈이 생기니 딴생각이 먼저 든다.


조지아 항공권부터 끊어?

5월에 나는 조지아에 있을 것이다.


치앙마이면서 조지아다.

치앙마이일 땐 오롯이 치앙마이.


내가 꿈꾸는 나다.


응급실에 가서 배를 따야 하나?

여행자 보험도 없다.

나는 그냥 배 아픈 채로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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