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참하게 하는 것들
조회수가 10,000을 돌파했습니다.
3일 만에 만 명? 만 명이 내 글을 읽었어? 브런치(www.brunch.co.kr)가 나를 알아보는구나. 읽기 전용 플랫폼의 위력인가?
그래요. 이래야죠.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어요. 아니, 제가 누구인가요? 제가 너보다, 너보다 못할 리가 없죠. 어마어마한 조회수, 엄청난 댓글이 달리는 너희들이 내심 꼴사나웠어요. 제가 더 잘 나야죠. 제가 누구인가요?
다음날부터 숫자가 줄어드네요.
어제는요. 방문자 수가 200명인 거예요. 아니, 만 명에서 200명? 어처구니가 없군요. 놀아났어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네요. 아마도요. 카카오 스토리나 어딘가에 노출이 됐나 봐요. 운 좋게도 처음 올린 글이 뽑혔던 거죠. 거기를 타고 들어온 사람들이 제 글을 읽었나 봐요. 제 글을 기다린 굶주린 만 명이, 한꺼번에 달려든 게 아니라요. 제 거만함은 누구도 몰라요. 티를 내면, 하수죠. 우스워만지죠. 혼자서, 사탕 하나를 오래 녹여 먹듯이, 늘 고열량으로 거만해요.
이제 큰일 났어요. 오늘 아침까지 36명이 방문했군요. 쓰기 싫어져요. 같은 세상이 맞나 싶어요. 내가 있는 이곳이 눈에 안 들어와요. 관심도 없어요. 북한과 미국 정상이 베트남에서 역사적인 선언을 준비 중인데요. 저는 저만 보여요. 딱 한 번만 저를 만나고, 냉큼 돌아선 만 명에게 적개심이 드는군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저는 왕따였어요.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이, 죽는 거 다음으로 무서웠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될까? 내가 너희들과 같은 교실에 있어도 되겠니? 무릎 꿇고 모두에게 허락을 받고 싶었어요. 허락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싶었죠.
숫자는 힘이 세요. 매일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 아니라 숫자가 되죠.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내게 다가오려고, 유튜브 안 보고, 웹툰 안 보고, 일부러 클릭해서 찾아왔어요. 저를 찾아준 36명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저를 찾아준 사람이 기적이 돼요. 네, 까불지 않을게요. 우주 끝까지 제가 닿기. 그게 꿈인 사람입니다. 쉽게 이루어지면 안 되죠. 진심이 닿다. 드라마 제목이지만, 평소의 제 마음이기도 해요. 닿을 때까지 쓰면 되죠. 설마 제 글이 시끄러운 건 아니죠? 글을 쓸 때마다 교실 문을 열 듯, 그렇게까지 겁먹지 않아도 되겠죠? 숫자의 힘에 싸대기를 맞아서 얼얼합니다. 숫자는 힘이 정말 세요. 물리적인 폭력 이상으로 아파요. 만 명이 이만 명이 되고, 삼만 명이 됐다면요. 저는 신나서, 마음껏 밝았겠죠. 나는 늘 변함없이 나일뿐인데, 굉장해졌다고 착각했겠죠.
스스로가 바닥이라고 느끼는 순간, 은근 신비로워요. 공간과 시간이 작아지면서, 아늑한 방을 만을어줘요. 숨을까? 머물까? 그 방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나만 마주하는 깨끗한 공간이 거기에 있어요. 얼마 전에요. 태국 아침 방송에서요. 어느 여자가 쇠창살에 두 가슴이 찔린 채 끙끙대고 있었어요. 빨래를 널다가 추락했대요. 그게 하필 쇠창살이었던 거죠. 죽지 않았어요. 움직여요.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구급차가 어서 왔으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바라보고만 있죠. 비명을 지르지 않고, 온몸을 부르르 떨지 않고, 고요하게, 쩔쩔매는 쇠창살의 여자가, 제 평생의 공포로 다가옵니다. 차라리 빨리 죽었으면. 제 마음은 솔직히 그랬어요. 삶은 이토록 잔인합니다. 그래도 살아야 합니까?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갑자기 왜 그 여자가 생각났을까요? 그런 불행도 대비해야 해서요? 그런 불행은 아니니까, 지금 마음껏 행복하자? 아니요. 아닌 것 같아요.
좁아짐
당장 숨을 무난히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는 시공간의 좁아짐을 생각해요. 나머지는 모두 사치스러워져요. 절대적 고통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들, 그것들을 지금 털어낼 수는 없을까요? 꼭 뒤늦게 깨달아야 할까요? 우리의 모든 고민은 꼭 필요한 것들일까요?
만 명을 돌파한 그날, 저는 최고로 기뻐해야 했어요. 2만 명이 될게 뻔한 내일을 기약할 게 아니라요. 내일 땅을 치고 후회할 오늘치 '기쁨' 살뜰히 누려야겠어요.